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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장 머리끈을 돌려주세요

그 후 며칠 동안 성영준은 수업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자연히 그를 다시 보지 못했다. 다시 만날 때는 어연 보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가을의 서북대는 아름답고 은행나무는 노랗게 변하기 시작하며 높고 푸르른 하늘에는 때로는 이름 모를 새들이 날아다닌다. 나는 조용히 창가 자리에 앉았다. 성영준이 매력적인 목소리로 강단에서 강의하는걸 들었다. 구체적으로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나는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못 들은 것 같기도 했다. 내가 일어나서 사례를 진술할 차례이다. 내 머릿속에는 "아가야, 아가야"라는 몇 글자만이 맴돌았다. ‘그가 친밀하게 "아가"라고 부르는 그 여자는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두 사람 사이에 또 어떤 잊을 수 없는 과거가 있기에 성영준이 이토록 마음을 쓰게 되었을가?’ 전생에, 성영준을 사랑하는 여인은 분명히 나였는데, 이번 생에 내가 다시 태어났기 때문에 그가 좋아하는 여자도 따라서 변한 것일까? "소지안, 수업 끝나고 내 사무실로 와.” 성영준은 떠날 때 한마디 던졌다. 그는 연구소에도 사무실에 있고 교수청사에도 사무실이 있는데 바로 공준서의 옆 사무실이다. 나는 느릿느릿 걸어갔다.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니 성영준의 왼쪽 손목에 내가 끼라고 한 머리끈이 딱 보였다. 이미 '아가'가 있는데 왜 내 물건을 껴.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붉어진 눈으로 줄곧 그의 왼쪽 손목을 주시했다. 공교롭게도 백성민이 마침 전화했다. "죄송합니다만, 먼저 나가서 전화 좀 받겠습니다.” 성영준이 동의하던 말던 나는 나가서 복도에서 전화를 받았다. 백성민은 진설아도 불렀다. 나에게 주말에 시간 되면 경북궁에 같이 가겠는가 물었다. 나는 머리에 과감한 생각이 떠올랐다. "나보다 경기가 중요하잖아. 네가 경기를 선택했으면서 왜또 날 불러.” 전화 반대편의 백성민은 멈칫했고 나는 홧김에 전화를 끊었다. 백성민은 금방 다시 전화를 걸어왔지만 거절하고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다시 성영준의 사무실로 돌아왔더니 그가 검은색 의자에 기대어 계속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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