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장 서러움

제85장 억울함 #나와 온소미의 내기는 빠르게 전 학교에 퍼졌다. 나를 도발에 쉽게 넘어가는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고 내가 너무 잘난척한다는 둥 온소미가 억지를 부린다는 둥 여러 가지 목소리가 있었다. 이 일은 돌고 돌아 훈련에 바쁜 백성민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었다. 이날 저녁 무렵. 식당으로 가는 길에 백성민이 나를 막아섰다. “소지안, 이 일,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돼. 졌을 때의 대가가 너무 커. 내가 고등학교 단톡방에 다 설명했어. 게다가, 그날 밤 우리 둘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거기에 있었고 모두 우리를 위해 증언할 수 있어. 우리는 두려울 게 없다고!” 나를 보는 백성민의 눈빛은 매우 복잡했다. 걱정도 있고 기쁨도 있고 애써 감춘 우울함도 있다. 기쁨은 아마 나를 만나 반가워서였고 걱정은 내가 져서 학교를 그만두고 다시 처음부터 공부하면 그날들이 절대 편치 않을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감춘 우울함은 당분간 나에게 고백할 수 없어서였다. 사귀지 않는데도 이런 누명을 뒤집어쓴 마당에 정말 사귀기라도 한다면 온갖 듣기 거북한 유언비어가 퍼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동안 나에 대한 그의 마음을 느끼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사실 나는 그가 내게 고백을 해올까 봐 매우 두려웠다. 대놓고 거절했다가 그의 마음이 상할까 봐 두려웠고 그렇다고 또 거절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온소미가 벌인 이번 소동은 내 걱정을 덜어주기에 딱 맞았다. 나는 여자인 친구에게 말하듯 털털하게 말했다. “맞아. 우리가 두려울 건 없어. 게다가 우린 함께 여행하면서 평생 친구 하자고 약속했잖아. 친구는 친구일 뿐이지, 안 그래?” 나는 백성민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를 안심시키고, 나를 믿게 했다. “으응. 그렇지.” 백성민은 그저 씁쓸하게 웃으며 꿈쩍도 하지 않는 나를 향해 연신 한숨만 내쉬었다. “걱정하지 마. 욱해서 덜컥 하겠다 한 건 아니야. 어차피 한가한 데 해야 할 공부, 좀 더 열심히 하면 좋지, 뭐. 그렇게 생떼를 쓰는 사람은, 실력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