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장 소지안 너무해.
제84장 소지안 너무해.
#“그럼, 지면?”
내 눈에선 투지가 불타올랐다.
“아까 내가 지면 고개 숙여 사과하라며. 자퇴 얘긴 안 꺼냈으니 당연히 내가 이행해야 할 이유도 없는 거 아니겠어?”
온소미가 뻔뻔스럽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역시 끼리끼리는 과학 아니랄까 봐 온소미, 임유민, 안희란은 모두 같은 부류의 인간들이었다.
마음이 썩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하나같이 뒤틀려 있었다.
어차피 교실엔 우리 둘만 있었던 터라 나는 칠판 앞으로 가서 이번 내기를 종합했다.
“네가 지면 나한테 고개 숙여 사과하고, 내가 지면 사과뿐 아니라 자퇴도 해야 하는 게 공평하다고 생각해?”
나는 두 조건 사이에 분필로 가로줄을 그어 강조하며 온소미가 눈을 크게 뜨고 잘 보게 했다.
“소지안, 전교 1등 못 할 것 같으면 그냥 못 하겠다고 솔직하게 말해. 자꾸 핑계 대지 말고.”
온소미는 뻔뻔하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문 앞에 대고 큰 소리로 외쳤다.
“얘들아, 이리 와 봐! 소지안 지금 겁먹어서 내기 안 한대!”
나는 너무 기가 막혀서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온소미, 무릇 내기는 공평해야 해. 공평하지 않은 내기를 내가 왜 받아들여야 하는데?”
나는 칠판지우개를 강단에 쾅 내팽개쳤다.
온소미의 소란에 몰려든 친구들은 칠판에 내가 쓴 벌칙 조건을 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중에 한 덩치 큰 선배가 나서서 온소미는 군자의 소행이 아니라고 한마디 하자, 온소미가 가슴을 펴며 말했다.
“우진 선배, 잘 보세요. 저는 여자이지 군자가 아니에요.”
생트집도 이런 생트집이 없었다.
지켜보던 친구들은 “윽”하고 눈살을 찌푸리며 온소미한테서 등을 돌렸다.
친구들의 반응에 또 내가 사적으로 나쁜 짓을 꾸몄다고 생각한 온소미는 얼굴을 와락 찌푸리며 소리쳤다.
“소지안, 네가 감히 나를 괴롭혀? 정말 너무해!”
발을 동동 구르다가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이내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다시 한번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앞으로 살면서 이렇게 어이없는 경우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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