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장 망했다
그건 내가 두고 온 속옷 사진이었다.
나는 그 옷들을 진작에 버렸을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지금 베란다에 걸어놓고 있었다. 그의 셔츠와 정자 바지 옆에 있는 핑크색은 아무리 봐도 조금 야릇해 보였다.
가장 중요한 건 속옷 끈에는 내 이름 약자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습관이 이세 된 건 어렸을 때 스포츠댄스를 하면서 안무복을 자주 잃어버렸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대회 때면 내가 우승하는 것을 질투한 사람이 남몰래 숨겼었다.
그래서 엄마는 제봉틀을 하나 샀다. 그 이후로 내 모든 옷에 이니셜을 박아 넣는 건 이미 습관이 되어 있었다.
성영준이 이 사진을 공개하기만 한다면….
다른 사람은 뭐라고 생각할까?
계약직이 정규직이 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거나 예비 대학생이 젊은 걸 믿고 성영준에게 꼬리 친다고 생각할지도 몰랐다.
이 속이 시커먼 늙은 남자 같으니 애초에 511호 방에서 샤워를 하라는 것 자체가 함정이었다.
정말 바보 같았다. 어떻게 옷을 갈아입은 뒤 옷을 깜빡할 수가 있지.
손가락을 움지이며 성영준에게 답장을 하는 데에 집중한 나는 가까이 다가오는 진설아를 알아채지 못했다.
“뭐 보는데? 나도 보여줘!”
단박에 내 휴대폰을 빼앗은 그녀는 성영준이 보낸 사진을 발견하더니 순식간에 표정이 바뀌었다.
“미친, 대표님이 대신 씻어준 거야? 근데 네 속옷이 왜 거기에 있어? 설마 두 사람….”
“아니야!”
그 오해는 넘 과해 나는 서둘러 그날 밤에 있었던 이을 설명했다.
진설하는 푸흡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뭐랬어. 질투한 거라 그랬지? 어떤 남자는 딱 그래. 네가 쫓아다닐 때면 정말 도도하게 굴면서 갑자기 안 쫓아다니면 또 찜찜해한다니까!”
“지안아, 내 연애 사전에 따르면 이럴 때엔 반드시 도도하게 굴어야 해!”
“성영준에게 너도 성깔이 있고 만나기 쉬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려줘야 해. 안그럼 앞으로는 내내 꽉 잡혀서 끌려다니기만 할 거야.”
진설아의 말은 비록 거칠기는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날 밤, 나는 성영준의 말에 답장하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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