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장 나이만 먹은 성영준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불편해지는 나는 있는 힘껏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힘을 주어도 성영준의 그 거대한 몸은 마치 산처럼 내 앞에 우뚝 서 있었다. 여전히 그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속을 알 수 없는 눈동자를 반쯤 감은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 눈빛은… 감시 같기도, 질책하는 것 같기도 했다. 불쾌함도 조금 섞여 있었다. 이러는 목적이 무엇이든 상관이 없었던 나는 고개를 돌려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러다 우연히 엘리베이터 거울 안에 비친 그와 나의 자세를 보고 말았다. 좀 야릇하기 그지없었다. 그 덕에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공격적이었고 나는 아주 작아 보였다. 정말로 진설아가 말한 것처럼 냉랭함과 부드러운 것이 대조적이었으며 근육과 풍만함의 대비였다. “도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 정신을 차린 나는 최대한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 “수능 만점자의 그 똑똑한 머리로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성영준은 손을 들어 넥타이를 잡아끌었다. 드러난 목젖은 이 야릇한 밤에 이루 말할 수 없는 매력을 흘렸다. 성영준은 조금 취한 듯 보였다. 담배도 적잖이 피운듯했다. 술 냄새와 담배 냄새가 섞이자 원래라면 코를 찌르고 별로였을 냄새가 성영준 특유의 시원한 우드 향과 섞이니 더없이 매혹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차갑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대표님, 전 맞추고 싶지 않아요. 조금도요. 그리고, 계속 이렇게 제가 갈 수 없게 막는 거 명백한 직장 내 성희롱이에요.” 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턱이 확 잡혔다. 거친 손가락으로 내 턱을 잡은 성영준은 억지로 내 턱을 들어 올려 그를 보게 만들었다. “소지안, 넌 지금 기껏 해 봐야 방학 기간 알바나 하러 온 학생이야. 알아?” “그게 뭐 어때서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학생이면 직장 내 성희롱이 아니라는 건가? 성영준이 손가락에 힘을 주자 턱이 다 아파와 그를 뿌리치려고 했지만 귓가로 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학생은 조기 연애를 하면 안 되지. 안 그래?” 하. 결국에는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