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장 살기등등
“대표님, 같이 놀아요!”
길게 수염을 기른 한 엔지니어가 어색한 한국어로 성영준을 게임에 초대했다.
돈 내기가 아니라 진 사람 얼굴에 낙서하기라 나는 성영준은 참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게임은 매일같이 바삐 돌아치는 재계 일인자에게는 무료하고 시간 낭비인 게임이었다.
하지만 그는 내 곁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의도가 뭔지는 아무리 멍청해도 알 수가 있어 나는 자리를 양보했다.
“내내 지기만 했었는데 대표님께서 하신다니 다행이네요.”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쥐고 있던 카드를 성영준에게 건네줄 때 그에게서 옅은 비누향기가 느껴졌다. 마치 비 온 뒤의 시원한 숲 같은 냄새는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나를 보던 성영준은 한참이 지나서야 트럼프 카드를 건네받고 내가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의자에 나의 남은 온기가 있다는 것을 떠올리자 도무지 진정할 수 없었다.
얼른 뒤로 물러선 나는 성영준과 가장 먼 곳으로 물러섰다.
백성민도 그때 나에게 다가왔다.
“친구야, 얼굴에 낙서가 벌써 몇 개야. 귀여운 바보 같네. 얼른 닦아.”
그러면서 물티슈를 건넸다.
“네가 더 바보 같아.”
나는 거리낌 없이 물티슈를 받아 낙서를 지웠다.
“너….”
백성민이 자기 입꼬리를 가리켜며 말했다.
“여기 아직 안 닦였어.”
그런 뒤 나를 도와주려고 하자 나는 얼른 뒤로 물러섰다.
“휴대폰에 거울 있어, 고마워.”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그 뭐야, 소지안. 저기 파란색 정장을 입은 사람이 백영하라고 내 삼촌이야. 무슨 일 있으면 삼촌한테 얘기해.”
그렇게 말한 백성민은 저 멀리에 있은 백영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백영하는 이내 일을 끝내고 다가왔다.
“네가 소지안이구나. 올해 수능 만점자 맞지? 역시 예쁜 데다 능력도 출중하네. 백성민이 네 얘기를 자주 하더구나.”
백영하의 칭찬에 나는 조금 부끄러워졌다.
나를 의미심장하게 보던 백영하는 백성민을 쳐다보다 이내 어느 대학에 지원했는지를 물었다.
나는 솔직하게 서북대로 간다고 말했다.
백영하는 이제야 알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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