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장 딱 맞네
그는 탕비실 문 앞에 우뚝 멈춰 섰다.
말 한마디 하지 않았지만 잔뜩 찌푸린 미간에 드러난 불쾌함은 마치 나에게 왜 주경시에 있냐고 묻는 듯했다.
나는 문손잡이를 확 하고 놓은 뒤 빠르게 물러섰다.
성영준과 좀 떨어진 곳으로 멀어진 나는 해명하며 말했다.
“대표님, 우선 제가 주경시에 온 건 대표님 때문이 아니었어요. 대표님이 주경시에 있다는 걸 진작에 알았으면 절대로 안 왔을 거예요.”
“그리고 이 회사의 통역 업무에 대해서는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성한 그룹의 계열사라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허 비서님을 본 다음에는 이미 거절했고 여기 대화 내역이 증거예요.”
나는 빠르게 휴대폰을 꺼내 허영재와의 대화창을 열었다.
내가 주경시에 온 건 절대로 그 때문이 아니라는 걸 성영준에게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허 비서님께서 그러는데 새로운 통역사는 며칠 내로 올 거래요. 그래도 신경 쓰이신다면 지금 바로 갈게요.”
하고 싶은 말을 전부 다 한 나는 그대로 탕비실 한쪽에 있는 베란다로 향했이다.
“여긴 탕비실에서 대표님과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이에요.”
예전에는 어떻게든 성영준에게 다가가려했이던 나는 지금 있는 힘껏 그에게서 멀어지려고 했다.
거리를 유지하는 것, 나는 그것을 내내 마음에 담고 있었다.
성영준은 굳은 얼굴로 탕비실로 들어와서는 물 한 잔을 따른 뒤 여전히 아무 말 없이 나를 뚫어지게 보더니 이내 떠났다.
이어진 며칠 동안 성영준은 나타난 적이 없었다.
허영재는 아주 바빴다.
몇 번이고 새로운 통역사는 언제 오냐고 하려 했지만, 도무지 기회가 없었다.
그렇게 빠르게 일주일이 지나갔다.
주말에는 출근할 필요가 없었다.
나와 진설아가 막 피크닉을 가려는데 인사팀 팀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외국인 엔지니어와 함께 등산을 하려는데 우리에게 동행 번역을 부탁하는 전화였다.
직장에 다니면 이랬다. 어디에 내가 필요하면 가야 했다.
게다가 우리 둘은 계약직에 불과했다.
거절할 수 없었던 탓에 인사팀 팀장이 보낸 위치로 갔을 땐 성영준도 있었다.
오늘의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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