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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장 말랑해

음료수와 디저트를 다시 사서 병실로 돌아왔을 때 할머니의 치료는 전부 끝나 있었다. 할머니는 창가에 기대서는 배시시 웃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지안이 좋아하는 사람 생겼구나?” 외할머니는 역시나 눈치가 빨랐다. 방금 전의 그 안정감 가득했던 포옹이 떠오르자 식었던 두 뺨이 다시금 달아올랐다. “할머니~” “그 성지태 그 녀석보다 낫더구나. 딱 봐도 진중하고 성숙해 보이는 게 나중에 이 할미한테 제대로 소개해 주거라.” “아직 그 정도 아니에요. 이제 때가 되면 꼭 데리고 올게요.” 나는 디저트를 외할머니에게 건네며 나도 한입 베어 물었다. 어쩐지 오늘의 디저트는 유난히 맛있는 기분이었다. 단맛이 가슴에까지 퍼지는 기분이었다. 할머니는 며칠 더 치룔르 받아야 했기에 어두워지기 전 나는 특별히 경험이 풍부한 간병인을 붙여줬다. 외할머니는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애가 다 커서 붙잡아 둘 수가 없네. 얼른 가 봐.” 나는 외할머니를 꼭 안아준 뒤 곧바로 주차장으로 가 허 비서를 찾았다. “선배님, 좋은 밤이에요~” 청샘진의 현지 특산물인 블루베리는 크고 달아 나는 허 비서에게 한 상자를 건넸다. 허 비서는 조수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타요.” 차에 타자 텅 빈 뒷좌석에 나는 이제 성영준을 데리러 갈 거라고 생각했다. 품 안의 과일에는 성영준을 위해 준비한 블루베리도 있었다. 성영준의 마음에 들지 모르겠다. 그를 만나기 위해 저녁쯤엔 특별히 집으로 돌아가 샤워를 한 뒤 옷까지 갈아입었고 화장을 안 하던 내가 쿠션도 조금 찍어 바르고는 립스틱을 발랐다. 하아, 19살이라는 건 정말 앳된 나이인 것이 간단하게 꾸며도 두 눈이 번쩍 뜨였다. 나는 또 있는 힘껏 아랫입술을 깨물자 2분도 안 돼서 입술은 도톰해지고 입 맞추기 좋은 입술이 되었다. 이런 거로 성영준을 꼬실 수 있을까? 별안간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허 비서가 브레이크를 밟았다. 맞은 편에는 호텔에 나오는 남녀가 보였다. 그중 저 키가 쭉 뻗은 남자는 다름이 아니라 바로 성영준이었다. 그리고 그의 팔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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