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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장 감히 내 남자를 건들여?

성영준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저 멈칫할 뿐 이내 빠른 걸음으로 방을 나섰다. 정말이지, 도도한 척은. 성지태의 친척이지 내 친척도 아니면서 말이다. 게다가 나랑 성영준은 열 몇 살씩 차이 나는 것도 아니고 고작 8살 차이였다. 그런데 내 앞에서 무슨 어른행세를 하는 건지. 19살은 뭐 연애도 하지 말라는 법이 있나? 나는 번역 완료한 파일을 일일이 정리해 뒀다. 그런 뒤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나는 생각을 하면 할수록 답답했다. 나한테 서경시로 돌아가라니, 번역 일이 나 아니어도 된다니. 흥, 누굴 놀라게 하는 건지. ‘좋아, 내가 필요 없다면 마음 놓고 자도 되는 거겠지?’ 나는 곧바로 잠에 들었다. 죽은 듯이 자는 그런 잠이었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지났을까? 알 수는 없었지만 잠기운에 몽롱하던 와중에 별안간 쾅 하는 큰 소리가 들려왔다. 커다란 물건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였다. 내가 놀란 얼굴로 두 눈을 떴을 때 때마침 통유리를 통해 쏟아지는 노을을 뒤집어쓴 채 성큼성큼 다가오는 성영준이 보였다. 역광이라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저 우람한 체구의 그가 점점 가까워짐에 따라 점점 우아한 아우라가 보인다는 것이었다. 외투는 입지 않은 채 검은 셔츠 소매는 걷어붙여 튼실한 전완근을 보여주고 있었고, 이마에는 옅게 땀이 맺혀 있었다. 몸을 숙이는 그의 표정은 무슨 다급한 일이라도 생긴 것 같은 표정이었다. 나는 멍한 얼굴로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표님, 왜 큰 문으로 안 오고 창문 넘어서 온 거예요? 여기 6층이에요. 얼마나 위험해요.” 지금의 나는 깊게 파인 옷에서 하얀 피부가 가득 드러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저 나를 흘깃 쳐다본 성영준이 곧바로 등을 돌리는 것만 보였다. “준비해. 10분 뒤 출발할 거야.” 성영준은 그 말만 남긴 채 밖으로 나갔다. 나는 다급하게 준비를 시작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허 비서는 이미 시동을 건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제야 휴대폰에 잔뜩 쌓인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물론 문자도 열 몇 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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