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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신수아는 마침 생일날에 퇴원했다. 주강빈은 이토록 기쁜 날은 없다면서 전시에서 가장 호화로운 호텔을 빌려 그녀에게 파티를 열어주었다. 초호화 파티에 참석하는 하객들마다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전에 봤던 그의 친구들도 신수아에게 생일선물을 전했지만 딱히 반갑지가 않았다. 지난번 그 일로 이들에게 호감이 뚝 떨어졌으니까. 다만 그들은 별생각 없이 그저 신수아가 큰 병을 앓아서 기력이 달린다고만 여겼다. 곧이어 케이크를 자르는 순서가 다가왔다. 주강빈은 그녀를 껴안고 함께 칼을 잡고서 케이크를 잘랐다. “수아야, 생일 소원이 뭐야?” 예전의 그녀라면 고개를 내저으면서 아무 소원이 없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땐 주강빈의 사랑만으로 충분했으니까. 다만 지금은 강렬한 소원이 솟구쳤다. 이 남자한테서 벗어나서 평생 보지 않는 것. 신수아는 자신을 그윽하게 바라보는 주강빈에게 되물었다. “무슨 소원이든 다 들어줄 수 있어?” 주강빈은 흠칫 놀라더니 한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당연하지.” 신수아의 눈가에 가식적인 미소가 스쳤다. “그래? 나 소원 세 개나 있는데.” 주강빈은 한없이 다정하게 웃었다. “말해봐. 뭐든 다 들어줄게.” 이때 신수아가 돌아서서 가방을 뒤지더니 백지 한 장을 꺼냈다. “첫 번째 소원은 네가 여기에 사인하는 거야.” 뭇사람들은 식겁해서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이 바닥에서 다들 알다시피 그들의 신분으로 백지장에 사인하는 건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이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이용하는 거라면 도무지 뒷수습할 수 없으니까. 주강빈처럼 매사에 조심스러운 인간이 여기에 사인할 리가 있을까? 미치지 않고서야 절대 그럴 순 없다. 하지만 놀랍게도 주강빈이 상냥하게 웃더니 바로 백지에 사인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이름 석 자를 적었다. “다 됐다, 자기야.” 신수아는 그 종이를 꽉 쥐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친필사인이 있으니 이제 신수아는 이혼합의서를 작성할 수가 있다. 이혼하는 순간 두 사람은 평생 남남이다. 주강빈은 그녀가 눈웃음을 지으니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그럼 두 번째 소원은 뭐야?” 신수아는 눈앞의 하객들을 넌지시 바라봤다. 놀란 눈빛, 부러움의 눈빛, 서로 다양한 눈빛을 보냈는데 그 가운데 차유리가 질투에 찬 눈길로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신수아는 이들을 다 스쳐지나 꼭 마치 미래에 이국 타향에서 보낼 자신의 삶이 그려지는 것만 같았다.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두 번째 소원은 주강 그룹 모든 지분을 나한테 양도해!” 말이 떨어진 순간 장내가 떠들썩해졌다. 주강빈이 차지한 지분은 시가총액이 무려 수십만 억이다. 제아무리 팔불출이라고 해도 와이프에게 전부를 양도할 순 없다. 하지만 바로 이때 주강빈이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의 명의하에 있는 지분을 모두 아내 신수아에게 양도한 것이다. 신수아는 휴대폰으로 서명과 봉인이 완료된 전자 주식양도 신청서를 보더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이 주식을 싹 다 팔아치우면 해외에서 평생 돈 걱정 없이 살아갈 테니까. 누릴 만큼 다 누려도 남아도는 금액이다. 주강빈은 그녀를 품에 꼭 껴안았다. “자기야, 나 이제 빈털터리야. 오직 널 위해 일하는 직장인이 됐으니 절대 나 버리면 안 돼.” 신수아가 이제 막 대답하려고 할 때 인파들 속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어머 어떡해? 여기 누가 쓰러졌어요!” 주강빈이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기자 쓰러진 사람은 바로 차유리였다. 그는 재빨리 다가가려다가 정신을 번쩍 차리고 신수아에게 물었다. “수아야, 일단 유리부터 병원 데려갈게. 넌 여기서 잠깐만 놀고 있어. 마지막 소원은 메시지로 보내주면 돼.” “없어 이제.” 주강빈은 제대로 듣지 못했다. “뭐라고?” 신수아는 고개를 내저으며 그에게 답했다. “아니야, 아무것도. 얼른 가봐.” 차유리를 안고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신수아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주강빈, 내 세 번째 소원은 네가 이뤄줄 필요가 없어. 왜냐하면 그 소원은 바로 철저히 너의 곁을 떠나는 거니까. 사흘 뒤에 난 곧장 소원을 이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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