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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신수아는 그 순간 제자리에서 몸이 확 굳어버렸다. 룸 안의 의논 소리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강빈이랑 유리 아직이라고? 너무 오래 하는 거 아니야? 벌써 다섯 시간이나 지났잖아.” “보채지 마. 강빈이 체력 좋잖아. 유리도 끼 잘 부리고. 두 사람 아직도 좀 더 걸릴 듯?” “그래도 이건 너무 대놓고 하는 것 같아. 어떻게 바로 옆방에서 그러냐고? 중도에 신음까지 들리는 걸 내가 일부러 음악 소리 높였어. 하마터면 형수님께 들킬 뻔했다니까. 긴장해서 죽을 뻔!” “고작 그런 거로 뭘 긴장해? 나처럼 몇 번 더 겪어보면 적응될 거야. 강빈이 옆에 간만에 새 여자가 나타났잖아. 이제 더는 형수님만 감싸고 돌 일은 없다고. 친구로서 우리가 다 함께 도와줘야지. 원래 바람은 이런 짜릿한 맛이야. 하하하...” “형수님도 예쁘긴 한데 너무 보수적이라 침대에서도 시체처럼 굴 것 같아. 남자들은 다 자극적인 걸 좋아하잖아. 안 그래?” 신수아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귓가에 굉음만 윙윙 울려 퍼지면서 그대로 밖에 나왔다. 모두가 다 알고 있었다니. 그녀한테만 숨긴 거라니? 겉으론 죄다 그녀에게 깍듯하게 대하는 척해도 뒤에서 이토록 주강빈을 감싸고 돌 줄이야. 대놓고 능멸을 당하니 신수아는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질 것 같았다. 온몸이 으스러질 것처럼 괴로움에 휩싸였다. 밖에 장대비가 주룩주룩 내리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넋 나간 영혼처럼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렇게 홀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와서 초라한 몰골로 서명을 마쳤다. 이어서 또 혼자 집에 돌아와 침실 문을 꼭 잠갔다. 그날 이후로 신수아는 고열에 시달렸다. 다음날 주강빈이 집에 돌아왔을 때 그녀는 고열로 인해 인사불성이 되었고 의식을 잃기 일보 직전이었다. 식겁한 주강빈은 그녀를 둘러업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독감이라 밤새 링거를 맞았더니 의식을 회복했다. 다만 주강빈은 여전히 걱정돼서 이 층 전체를 대관하고 회사 일도 잠시 내려놓은 채 그녀 옆에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비서가 직접 찾아와서 매우 중요한 거래처와 미팅이 있으니 꼭 가봐야 한다고 알렸다. 주강빈이 거절하려고 했지만 비서가 그의 귓가에 뭐라고 속삭였다. 주강빈은 눈빛이 살짝 변하더니 신수아의 손을 놓아줬다. “수아야, 나...” 신수아는 눈을 감고 차분하게 말했다. “가봐.” 주강빈은 담담한 그녀의 모습에 왠지 모르게 심장이 움찔거렸다. 그도 분명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지만 지금 당장 떠나야만 하니 신수아가 단지 병 때문에 기분이 우울한 거로 여기면서 병실을 나섰다. 간호사에게 꼭 잘 부탁드린다고, 볼일 보고 금방 돌아오겠다고 말한 뒤에야 병원을 나섰다. 3일 뒤, 기다리던 주강빈은 돌아오지 않았고 오히려 차유리한테서 전화가 왔다. 그녀는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 나 임신했어요. 이제 곧 엄마 돼요. 아기 아빠 누군지 알아요? 바로 언니 남편 강빈 오빠예요!” “오빠는 요즘 줄곧 나만 정성껏 보살폈거든요. 침대에서 내려오면 꼭 안아줘야 하고 밥도 직접 먹여줬어요. 의사가 임신 3개월 후엔 부부생활이 가능하다고 하니 오빠가 얼마나 기뻐하던지. 그날 밤에 몇 번이나 요구했던지 몰라요. 게다가 이제 아이가 생겨서 콘돔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니 밤새 수십 가지 자세를 시도하는 거 있죠. 나도 엄청 힘들고 지쳤지만 나름 짜릿하고 좋았어요.” “어머, 내가 괜한 말을 했네요... 화내지 말아요, 언니. 강빈 오빠도 너무 원망하지 말고요. 언니 아픈 것보단 우리 아이가 더 중요하잖아요 오빠한텐! 내 말 맞죠?” 차유리의 독설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평상시 같으면 신수아는 괴로워서 미칠 지경이겠지만 일찌감치 적응한 터라 무덤덤하고 눈물조차 흐르지 않았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또한 아무런 질문도 없이 그저 묵묵히 이 통화내용을 녹음했다. ‘주강빈, 이 녹음을 들을 때 네 기분이 어떨지 아주 기대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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