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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주강빈이 이토록 단호하게 나올 줄은 아무도 몰랐다. 순간 거실에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 한편 신수아는 이토록 자신을 아껴주는 남자에게 일말의 감동도 느끼지 못했다. 아들이 제격으로 나오자 김하정이 먼저 고개를 숙였다. “알았으니까 일단 밥부터 먹어.” 식탁에는 수저가 부딪히는 소리 말곤 김하정이 가끔 내뱉는 한숨 소리가 전부였다. 신수아는 젓가락을 쥔 손이 움찔거렸다. 이 한숨은 그녀를 겨냥한 것이니까. 아니나 다를까 김하정이 수저를 내려놓았다. “다른 건 몰라도 아이는 낳을 때가 되지 않았어?” “우리 집안의 대를 끊을 셈이야?” 곧이어 주강빈도 수저를 내려놓았다. “말씀드렸잖아요, 수아 고생시키기 싫다고요. 평생 딩크족으로 살지언정 수아에게 애 낳는 고통은 겪게 하지 않을 거예요!” 이 말을 들은 주동욱 부부는 밥맛이 다 떨어졌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신수아가 선뜻 입을 열었다. “보름 뒤에요, 보름 뒤에 어머님, 아버님께서 손주 보실 겁니다.” 모두가 의아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 “수아야?” 주강빈이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우리 안 낳기로 했잖아. 나 때문에 이럴 필욘 없어.” 신수아는 뻔뻔스럽게 말을 내뱉는 주강빈을 보더니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냥 손주를 본다고 했지 그녀가 낳겠다고 한 건 아니니까. 보름 뒤에 신수아가 해외로 떠나면 주강빈은 사랑하는 차유리와 실컷 침대를 뒹굴 테고 자연스럽게 아이도 생길 것이다. “어머님, 아버님 소원이잖아. 들어드려야지.” 주강빈은 너무 착한 그녀의 모습에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사람은 한순간에 변할 수 없으니까. 그제야 주동욱 부부도 안색이 밝아졌다. “그래. 이러면 얼마나 좋아.” 주강빈이 찝찝한 마음에 질문을 더하려고 했지만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순간 그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가까이 앉은 신수아는 휴대폰 화면에 뜬 차유리 이름 석 자를 바로 보았다. [강빈 오빠, 어떤 애가 나 마음에 든다고 연락처 원하는데 줘 말아?] 신수아는 속으로 삼 초를 셌다. ‘하나, 둘, 셋...’ 아니나 다를까 주강빈이 3초 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떡하지, 수아야? 회사에 일이 생겨서 가봐야 할 것 같아. 천천히 먹고 있어. 일 다 마치거든 데리러 올게.” 그는 신수아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외투를 챙겨서 허둥지둥 떠나갔다. 아들이 떠나자 주동욱 부부도 더는 연기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지 그녀에게 삿대질하기 시작했다. “수아 너도 그래. 결혼한 지 몇 년인데 아직도 아기 소식이 없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볼품없는 집안에 부모님도 다 사망하고... 강빈이가 고집하지 않았다면 너 따위가 우리 집안에 발을 들일 수 있을 것 같아? 너를 며느리로 들인 건 우리 집안의 재앙이나 다름없어!” 오전부터 오후까지 신수아는 무려 5시간이나 잔소리를 들었다. 저녁 무렵 주강빈이 마침내 그녀를 데리러 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신수아가 불쑥 그에게 질문했다. “회사 일은 잘 마무리했어?” 주강빈은 화들짝 놀라더니 침착하게 대답했다. “응.” 그는 핸들에 올린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이건 기분이 좋을 때만 무심코 나오는 제스처였다. 그녀가 한동안 대답이 없자 주강빈이 뒤늦게 물었다. “나 떠나고 엄마, 아빠가 너 난처하게 굴진 않았지?” 이제 막 대답하려던 찰나 조수석 아래에 다 찢긴 땡땡이 스타킹이 보였다. 차유리를 만나러 간 건 알겠지만 차 안에서까지 그 짓을 할 거라곤 예상치도 못했다. 결혼생활 5년 동안 신수아는 섹스에 관해서 매우 보수적이다. 행여나 남편이 따분해할까 봐 수줍음도 마다하고 변신이 필요하냐고 묻기까지 했다. 그럴 때마다 주강빈은 웃으면서 그녀를 꼭 끌어안고 살며시 입맞춤했다. “자기야, 난 오직 자기한테만 설레. 아무리 초라한 옷차림이라도 자기만 보면 가슴이 쿵쾅대니까 나 때문에 싫은 것까지 시도할 필요는 없어. 난 자기만 사랑하니까 오직 자기한테만 반응하거든.” 이런 순정파 남편이 뒤에서 몰래 딴 여자랑 카섹스를 한다고? 신수아는 눈시울이 빨개졌다. “어땠을 것 같아?” 주강빈은 여전히 차유리에 관한 일을 와이프에게 들킨 줄 모르고 그저 부모님 때문에 속상해서 우는 거로 여겼다. 그는 급브레이크를 밟더니 신수아를 껴안고 자상하게 달랬다. “미안해, 다 내 탓이야. 너 혼자 내버려 두고 나오는 게 아닌데.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런 일 없어. 절대 우리 자기 속상하게 하지 않을게.” 그에게 꽉 안긴 신수아는 질식할 것만 같았다. 그녀는 눈물을 참으면서 주강빈을 밀쳤다. “운전이나 해.” 어차피 둘에게 나중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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