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아챈 장하늘은 얼른 손으로 입을 막았다. "아무것도 아니야. 이씨 가문에 들어왔으면 이씨 가문의 도리와 체면을 지켜야지. 이게 무슨 몰골이니!"
강수지는 얼른 손으로 몸을 가리며 "바로 갈아입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정말 쪽팔려서. 이변섭은 대체 너의 어떤 모습이 좋다는건지. 강남에서 어느 집 딸을 데려와도 너보다는 낫겠다..."
장하늘은 경멸스런 말투로 말했고, 이때 회색 정장이 강수지의 어깨에 걸쳐졌다.
익숙한 냄새와 함께 몸이 따뜻해졌다.
"이 여자가 뭘 하든 당신과는 상관 없어요. 체면을 잃어도 당신 체면을 잃는거 아니니까." 이변섭은 그녀를 품 속으로 안으며, "장이모, 당신이 참견할 건 아니죠?"라고 말했다.
강수지는 자신의 젖은 옷이 그를 더럽힐가 의식적으로 그에게서 멀어지려고 했다.
그러나 이변섭은 그녀를 세게 껴안았고 그녀는 더 당황했다. 이변섭이 뭐 약이라도 잘못 먹은 건가...
비를 맞은 건 그녀인데, 그의 머리가 열이 나서 어떻게 된건가?
장하늘은 그를 보고 얼른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변섭아, 내가 지금 며느리에게 며느리의 도리를 가르치는거야."
"내 말만 들으면 돼. 당신이 가르치는 도리는 지킬 필요 없으니까!"
장하늘 얼굴의 웃음기가 그대로 굳어졌다.
강수지는 더 굳어졌다.
잘못 들은거 아니지... 이변섭이 그녀의 편을 들어주다니.
이변섭은 다정하게 그녀를 감싸안고 별장 안으로 들어가며 집사에게 말했다. "손님 배웅해."
"네."
강수지는 이런 분위기가 적응되지 않았으나 감히 움직일 수도 없었다. "방금 그분은 당신 어머니에요?"
"그냥 계모야."
"아... 방금 제 편을 들어줬으니 분명 기분이 많이 상하셨을거에요." 강수지가 말했다.
이변섭은 아무렇지 않게 "기분이 상하던 말던."이라고 얘기했다.
그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여자에게 널 괴롭힐 권리는 없어." 이변섭은 다시 한번 입을 열어 "널 괴롭힐 수 있는 건 나뿐이야."라고 말했다.
강수지는 심장이 철렁했다. 그녀를 모욕하는 것조차 그 혼자만의 권리라니.
"방금 장하늘한테 사과했어?"
강수지는 고개를 숙이고 "네."라고 답했다.
"네 스스로 입을 쳐."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단지 장하늘에게 사과를 했기 때문인가?
이변섭은 굳이 설명하지 않았고, 덤덤하게 눈썹을 치켜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가 말하는 것은 반드시 따라야 한다.
"짝" 소리와 함께 강수지는 입을 악물고 자신의 뺨을 내리쳤다.
반드시 소리가 나게, 세게 때려야 한다. 얼굴에 손자국이 나야만 이변섭을 만족시킬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만족할 때까지 두번이고 세번이고 끝없이 따귀를 때려야 할 것이다.
"그래, 이제 좀 눈치가 생겼네." 이변섭은 테이블 위의 보온병을 가리키며 "저거 열어."라고 말했다.
강수지는 시키는 대로 했다.
뚜껑을 열자마자 시원한 향이 나며 식욕을 돋구었다.
"이건…"
"장하늘이 보내준 국이야."
강수지의 어머니도 예전에 자주 그녀에게 국을 끓여줬으나 그 일이 있은 후로... 다시는 엄마의 요리를 맛 볼 수 없게 되었다.
식물인간이 다시 깨어날 확률은 너무 낮다.
강수지는 갑자기 큰소리로 울고 싶었지만, 감히 그의 앞에서 눈물을 보일 수 없어 눈을 재빨리 깜빡이며 눈물을 참았다.
이변섭은 다리를 꼬고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강수지, 그거 마셔."
어? 그녀더러 마시라고?
"그건 좀..." 강수지는 "이건 장하늘이 당신을 위해 준비한거잖아요."라고 말했다.
"마시라면 마셔." 이변섭의 목소리에 짜증이 섞이기 시작했다. "오늘부터 장하늘이 보내오는 국은 다 네가 마시면 돼."
그는 심지어 직접 숟가락으로 국물을 퍼서 그녀에게 먹여주었다.
"제가 알아서..."
"마셔."
강수지는 하는 수 없이 입을 열어 국을 마셨다.
이변섭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번졌다.
이 국은 남자가 마시면 생식 능력에 지장을 주어 임신이 어렵게 한다... 그럼 그냥 강수지더러 마시게 하지 뭐.
강수지는 여자니까 이 국은 그녀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다.
영향이 있으면 또 어떠한가?
어차피 그녀의 생사따윈 그의 안중에 없다.
강수지는 이 모든 것을 알 리가 없었고, 마침 배가 고팠던 차라 그냥 마셨다.
"서명해." 국을 조금씩 마시고 있는데, 이변섭이 협의서를 한장 던져왔다.
자세히 보니 이혼 협의서였다.
결혼한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이혼이라니? 이변섭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3개월 뒤 우리가 이혼하면 넌 빈 몸으로 이 집에서 나가면 돼. 그리고 이 3개월 동안은 이씨 가문 사모님 역할에 충실해주면 돼." 이변섭이 턱을 고이고 얘기했다.
이변섭은 3개월 이내에 그날 밤의 그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때가 되면 강수지의 존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는 그 여자와 결혼할 것이다.
그날 밤, 그녀와의 아름다운 추억에 대해... 그는 늘 자기도 모르게 추억하게 되었다.
"좋아요, 이혼하죠." 강수지는 이에 동의하며 "그런데 조건이 하나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변섭은 비웃으며 "네가 나랑 조건을 얘기할 자격이 있기는 한거야? 네 어머니를 놓아달라고?"라고 물었다.
"아니요."
그녀는... 이현철 회장님의 죽음에 대해 다시 조사하고 싶었다.
이건 이변섭에게 있어, 건드려서는 안되는 상처이다. 이걸 건드리는 자는 다 죽게 될 것이다!
물론 강수지도 이에 대해 잘 알고 있었으나, 그녀에겐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당신 아버지의 죽음에... 뭔가 수상한 점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 없나요?"
그녀의 예상대로 이변섭의 얼굴이 급속히 어두워졌다.
그는 테이블을 걷어찼고 국이 전부 바닥에 흘러내렸다. "강수지, 감히 내 앞에서 네가 이 얘기를 꺼내다니?! 정말 죽고 싶은거야?"
두렵지 않다면,
그건 당연히 거짓말이다.
하지만 강수지는 용기를 내어 계속 얘기했다. "제 아버지는 경험이 풍부한 응급실 의사에요. 생사가 관련된 순간에 약을 잘못 사용할 만큼 경솔한 사람이 아니에요... 아!"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변섭이 그녀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한마디만 더 지껄여봐!"
폐 안의 공기가 점차 희박해졌고 강수지는 곧 숨을 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이변섭의 잘생긴 얼굴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이변섭의 이마에 핏줄이 서기 시작했고, 손의 힘은 점점 더 강해졌다.
"내 아버지를 죽인 죄는 평생 용서 받지 못할거야. 강수지, 네가 감히 네 아버지의 죄에 대해 변명하려고 하다니? 꿈 개! 이번 생에 난 너희 강씨 가문의 사람들이 다 죽기보다 못한 삶을 살게 할거야."
"전 저의 아빠를 믿을 뿐이에요..."
"닥쳐!" 이변섭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명백한 증거가 있고, 네 아버지도 죄를 인정하고 감옥에 갔는데, 더이상 무슨 할 말이 더 있는거야!"
"그는 강제로 자백을 하게 됐어요...켁켁켁..."
강수지의 눈 앞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고, 그녀는 곧 질식하여 죽을 것만 같았다.
그녀는 이렇게 죽을 수만 있다면 그것도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사는 게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 이변섭은 손을 놓았다.
"널 그렇게 쉽게 죽게 놔두지 않을거야." 그는 마치 악마처럼 "널 곁에 두고 하루하루 끊임없이 널 괴롭힐거야."라고 말했다.
강수지는 땅바닥에 쓰러졌고,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이현철 회장님의 죽음에 대해선, 그녀 스스로 진실을 밝힐 수 밖에 없다.
강수지는 슬퍼할 겨를도 없이 눈물을 닦고 일어나서는 고개를 숙이고 이변섭을 따라 침실로 들어갔다.
"전 바닥에서 자면 돼요." 그녀는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이변섭은 그녀를 무시하고 창가에 서서 담배를 피웠다.
강수지는 알아서 바닥에 이불을 펴고, 몸을 웅크리고 눈을 감았다.
그녀는 이 상황이 비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정신병원에 있을 땐, 이것보다 상황이 몇백배, 몇천배는 더 안 좋았으니까.
담배를 다 피운 이변섭이 돌아섰을 때, 강수지는 이미 깊은 잠에 빠졌다.
밝은 달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춰, 그녀의 피부는 눈처럼 하얗고, 긴 속눈썹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으며, 입술은 붉고 부드러워 보였다...
자기도 모르게 그 입술에 키스를 하고 싶은 충동이 일게 하였다.
이변섭은 얼른 시선을 거두고 욕실로 가서 한참 동안이나 찬물로 샤워를 하고나서야 진정이 되었다.
그가 강수지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다니!
“젠장!”
이변섭은 쾅하고 샤워기를 던져버리고는 성큼성큼 침실로 돌아와 강수지를 바닥에서 들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