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장
장희영의 얼굴은 마치 사흘 동안 방치된 시체처럼 잿빛이 되었다.
주지영도 표정이 일그러진 채 씩씩대며 어금니를 깨물고 주먹을 쥐어 손바닥을 꾹꾹 눌렀다.
주지영은 눈알을 굴리다가 온서우가 대필을 썼을 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딸이 어떤 행동을 하려는지 속속들이 아는 장희영은 그녀를 황급히 붙잡았다.
장희영은 머리를 흔들며 말렸다. 이런 때에 나서봤자 증거도 없으니 오히려 자신들이 웃음거리가 될 뿐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온서우에게 쏠려 있는 틈을 타 장희영은 딸의 손을 잡고 슬그머니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화가 가시지 않은 주지영은 유리컵을 두 개나 내던졌다. 그런데 그걸로는 부족했는지 테이블 위에 있던 물건들까지 손으로 쓸어버리며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를 움켜잡고 소리쳤다.
“아! 온서우 그 못된 계집애! 감히 날 건드려?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주지영은 이미 홍보과 자리를 자기 것이라고 여겼는데 오늘 온서우가 난리를 치는 바람에 확실시되던 일이 어긋나게 생긴 것이다.
장희영은 딸을 달래려 다가가서 주지영을 부둥켜안았다.
“지영아, 진정해. 괜히 화내면 몸만 상하니까. 엄마가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 응?”
하지만 주지영은 여전히 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방법을 찾는다고요? 무슨 방법이 있는데요? 내일이 시험인데 오늘 그 못된 애가 이 난리를 쳤잖아요. 이 상황에 큰고모가 또 뒤를 봐준다면 나는 관사에서 완전히 웃음거리가 되는 거라고요!”
장희영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온서우 그 계집애가 끼어드는 바람에 일이 꼬여버렸어.’
한참을 생각하던 장희영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떤 일도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는 거야. 걱정하지 마. 엄마가 그 못된 애가 원하는 대로는 절대 안 되게 할 테니까.”
...
온서우는 소문을 잠재우고 난 후 드디어 마음 편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문 앞에 다다랐을 때 정재욱은 마당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고 긴장한 표정으로 온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온서우는 입꼬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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