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장
주말이 되었다.
다음 주 월요일이면 시험이지만 주지영은 전혀 긴장한 기색 없이 여유롭게 소파에 몸을 묻고 있었다. 시험 문제 원본을 이미 손에 넣은 그녀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과일을 먹다가도 한 번씩 손에 든 문제지와 답안을 힐끔 보면서 다시 고개를 젖혀 내용을 되짚어 보기도 했다.
옆에서 뜨개질을 하던 장희영은 그런 딸의 모습을 보고 농담을 던졌다.
“네 큰고모가 미리 답안까지 다 준 걸 그동안은 대충 넘기더니 이제야 부랴부랴 외우는 거야?”
그러자 주지영은 당당히 턱을 들고 천장을 향해 눈알을 굴리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엄마, 내가 얼마나 똑똑한 줄 몰라요? 답 외우는 데 하루면 충분하다고요!”
그 말에 장희영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누굴 닮아서 이리도 자신만만한지.”
말이 끝나자 두 모녀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들의 눈빛엔 속셈이 가득했다.
주지영은 답안을 두어 번 더 외우고 나서 문득 시험지를 내려놓고 물었다.
“엄마, 그 온서우라는 애도 내일 시험 보러 올까요? 요 며칠 정씨 가문에서 그 애를 위해 뒷거래를 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는데도 정씨 가문 쪽에선 아무 대응이 없잖아요.”
그러자 장희영은 걱정할 필요 없다는 듯 손짓하며 말했다.
“설령 그 애가 시험을 본다고 해도 별수 있겠니? 시골 출신에 고작 초등학교를 졸업한 게 다일 텐데, 얼굴 좀 반반한 것 말고는 뭐가 있겠어? 글을 제대로 읽을 줄만 알지, 글씨는 얼마나 엉망으로 쓸지... 채점하는 사람이 보면 웃어넘길 거야. 저런 애가 홍보과에서 일한다니 웃음거리나 될 일이지.”
그 말을 듣고 주지영은 웃음을 터트렸다.
“근데 엄마, 그래도 뭔가 마음이 편치 않아요. 온서우 그 애 보기보다 그렇게 만만한 애가 아닌 것 같아요. 며칠 전 관사에서 마주쳤는데 하나도 긴장하는 기색이 없더라고요. 뭔가 숨겨놓은 거라도 있는 거 아닐까요?”
장희영은 딸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었다.
“시골에서 온 애잖아. 걔가 관사에 아는 사람도 없는데 뭘 대단한 걸 준비하겠니? 넌 신경 쓰지 말고 답이나 잘 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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