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장

모든 상황을 이해한 온서우는 바로 결심했다. “이모, 저 시험 안 볼래요. 제가 시험을 안 보면 소문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거예요. 그러면 사람들도 처음부터 그 소문이 헛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되겠죠.” 온서우는 소문을 퍼뜨린 상대방과 정면으로 맞설 수도 있지만 정씨 가문이 자신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는 건 원치 않았다. 정씨 가문은 아무 잘못도 없는 데다가 온서우에게 먹을 것과 쉴 곳을 제공해 줬으며 그녀를 보호해 주기까지 했다. 온서우는 그들의 호의를 무시하고 자신만 챙기는 배은망덕한 행동을 할 수 없었다. 정씨 가문이 조금이라도 피해를 본다면 그녀는 죄책감과 양심의 가책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곧바로 시험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진미숙도 당연히 온서우의 생각을 알아차렸다. 그러자 그녀는 온서우가 짧은 시간 내에 소문의 본질을 간파한 것에 놀랐고 정씨 가문이 다칠까 봐 시험까지 포기하겠다는 결심에 감동했다. 이런 온서우를 보니 진미숙은 그녀를 더 이상 외면할 수가 없었다. “서우야, 아까 이모가 한 말은 네가 시험을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었어. 단지 밖에서 들릴 소문에 신경 쓰느라 마음 상할까 봐 그랬던 거야.” “나랑 네 삼촌은 큰일을 수없이 겪어봤단다. 그런 헛소문이 우리한테 아무 영향을 못 준다는 걸 너도 알았으면 좋겠어. 이거 빈말 아닌 거 알지? 시험에 관해선 우리 진짜로 손을 안 댔어. 다른 사람들은 입으로만 떠드는 거지 우리한테 어떻게 할 수는 없을 거야 게다가 대놓고 뒷거래하는 것도 아닌데 남들이 이걸로 우리를 어떻게 할 수 있겠어? 네가 시험을 포기한다면 이모랑 삼촌은 정말로 너무 가슴 아플 거야.” 진미숙은 속마음을 온서우에게 털어놓았다. 그러자 정재욱도 온서우를 다독였다. “그래, 서우야. 붙고 떨어지고는 결과일 뿐이야. 왜 남들이 떠드는 소문 때문에 소중한 시험 기회를 포기해? 시험은 꼭 봐야 해!” “무슨 시험을 꼭 봐야 한다는 거야?” 문 쪽에서 불쑥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상철은 서류 가방을 들고 들어오면서 방 안을 둘러보았고 정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