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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장

정서준과 손민재는 오늘 온서우와의 약속을 잊지 않았다. 오전 훈련이 끝나자마자 두 사람은 외출 준비를 했다. 사실 손민재는 커플 사이에 끼고 싶지 않았지만 요즘은 현역 비행사에 대한 관리가 특히 엄격하다 보니 사적인 문제에 있어서 외부 사람과 만날 때 반드시 조직에 보고해야 했다. 상부에는 전문 조사를 담당하는 팀이 있었기에 여자 쪽의 배경을 여러 단계에 걸쳐 심사했다. 여성들에게 어쩌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규칙이었다. 손민재는 정서준이 온서우에게 관심이 있어 보였기에 이 규칙 때문에 온서우에게 겁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같이 가겠다고 했다. 그는 팔짱을 낀 채 문에 기대서는 정서준을 빤히 바라봤다. 정서준은 그의 뜻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거울 앞에 서서 눈썹을 찌푸린 채 입술을 꼭 오므리고는 옷소매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의 군복은 마치 맞춤 제작한 것처럼 딱 맞아떨어졌다. 넓은 어깨와 훤칠한 기럭지를 자랑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손민재는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정서준의 모습에 반할 것만 같았다. 이 조건에 25살인 그가 아직도 여자 친구가 없다니, 어쩌면 여자들에게는 큰 손실일지도 모른다. “가자.” 준비를 마친 정서준은 손민재를 흘겨보고는 걸음을 옮겼다. 손민재는 뒤에서 바삐 따라갔다. 두 사람이 생활관을 나서기 바쁘게 장호군은 복도 저편에서 걸어오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서준아, 마침 잘 만났다.” “오늘 김 참모총장의 딸이 기지에 왔단다. 우리 기지 의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어. 네가 데리고 기지에 대해 소개해 줬으면 좋겠구나.” 정서준은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거절했다. “죄송합니다, 오늘은 일이 있어서 외출해야 합니다. 다른 동료에게 맡겨도 되겠습니까?” 장호군은 그가 핑계를 대는 줄 알았는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말했다. “그럼 밖에서 돌아다녀도 좋지. 젊은 사람들끼리 대화할 주제도 많을 거야.” 곁에 있던 손민재는 눈치가 빠르다 보니 이내 알아챘다. ‘김 참모총장의 딸을 우리 대대장님한테 부탁한다고? 맞선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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