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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6화

원유희가 떠난 후 엄혜정은 실의에 빠졌다. “유희가 돌아가니 Eh 나 혼자 남았어.” 옆에 있던 육성현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사람 아니야?” “너는 남자잖아.” “그것도 남녀 구분해? 나한테는 하면 안 되는 말이야?”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고 와 다리에 앉혔다. “너…… 왜 그래?” 육성현은 말을 하지 않고 엄혜정의 배에 손을 얹고 눈을 감은 채 말했다. “아직 몇 달은 더 기다려야 하는데…….” “너 엄청 급한 것 같은데?” 육성현은 고개를 들어 엄혜정을 바라보았다. “하루빨리 아빠가 되고 싶어. 넌 딸이 좋아, 아들이 좋아?” “너는?” 엄혜정이 되물었다. “네가 낳으면 딸이든 아들이든 모두 좋아.” “너 아들 갖고 싶은 거 아니야?” “내가 아들을 원하는 것이라면 지금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었겠지.” 육성현은 엄혜정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너도 알잖아. 네가 낳은 아이가 아니라면 나는 다 싫어. 이번 생이든 다음 생이든 너는 내 거야.” “다음 생까지?” “일단 예약해 두는 거야.” 육성현은 엄혜정의 부드러운 입술에 키스를 하며 기운이 뒤엉켜 말했다. “약속해.” “나중에 얘기하자.” “왜 나중에 얘기해?” 육성현은 엄혜정에게 달라붙어 답을 얻어내지 못하면 포기하지 않을 기세였다. “이번 생이 행복해야 다음 생을 예약할 수 있다고 하던데.” “내가 널 행복하게 해 줄게.” 육성현의 호박색 눈동자는 햇빛 아래서 유난히 진정성이 있어 보였다. 엄혜정은 육성현에게 감동할 뻔했다. 하지만 엄혜정은 알고 있었다. 앞으로의 인생이 굴곡 없이 행복하기만 하더라도 다음 생에는 김하준과 함께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엄혜정은 이번 생을 전전긍긍하며 살아서 다음 생에는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엄마 아빠도 안 계신데, 나 민우 좀 보고 올게! 회사 경영하고부터 점점 바빠져서 오랫동안 못 봤어.” “그렇게 바쁜데 돌아가서 걱정하게 하지 마.” 육성현은 막으려고 했다. “걱정할 거 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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