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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장 차도준을 멀리해

이런 시기에 서진혁이 나를 찾아온 것은 분명히 다른 꿍꿍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혼할 수 있는 조그마한 희망이 보인다면 나는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오래 전에 서로의 감정이 틀어졌으니 더 이상 시간을 끄는 것도 재미가 없었다. 나는 옷을 갈아입고 느릿느릿 집을 나섰다. 레스토랑에 도착했을 때, 서진혁은 이미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모두 주문해 놓은 상태였다. 테이블에 가득 차려진 군침이 도는 음식을 보고 있어도, 입맛은 하나도 없었다. 나는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혼 합의서는 가져왔어?” “뭐가 그렇게 급해?” 서진혁은 나한테 와인 한 잔을 따라주며 말했다. “이렇게 마주 앉아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것도 오랜만이네.” 나는 그의 얼굴에 비친 가식적인 미소를 바라보며 코웃음을 쳤다. “같이 밥을 먹지 않으니 얼마나 좋아? 그렇지 않으면 맞은편에 이렇게 재수없는 얼굴이 앉아있는데 어떻게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겠어?” 그러자 서진혁은 잔뜩 굳은 표정으로 술잔을 꽉 움켜쥐었다. 잠시 후, 그는 화를 가라앉힌 듯 여유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네가 나를 많이 미워하고 있다는 거 잘 알아. 그래서 오늘 이렇게 너한테 사과하러 왔어.” 서진혁은 술잔을 들고 내 술잔에 가볍게 부딪쳤다. “이 일은 내가 잘못했어. 그리고 앞으로 할 말 있으면 바로바로 털어놓고 서로 오해할 일을 만들지 말기로 해.” 나는 잔 속의 흔들리는 와인을 빤히 바라보았다. 순간, 갑자기 아이러니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온 마음을 다해 서진혁을 사랑했을 땐, 그에게서 받은 건 무관심과 상처밖에 없었다. 이제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그의 곁을 떠나려고 하니, 서진혁은 이제야 오히려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고개를 숙이는 것은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저 서씨 가문의 이익을 위해서였다. 서진혁은 내가 그를 용서하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아했다. 그의 성격상 나한테 사과했으니 이미 내 체면을 살려준 거라고 생각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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