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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장 빚을 지다

정작 나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그들은 나를 남편을 두고 바람을 피운 여자로 만들어버렸다. 이런 일에 있어서는 정말 유례없는 단합을 보여주었다. 그때, 내가 말을 하기도 전에 차도준은 냉소를 지으며 내 속마음을 대신하여 털어놓기 시작했다. “난 단지 손을 내밀어 은하를 부축했을 뿐이야. 그런데 당신들은 왜 은하를 바람을 피운 여자로 만들어버리는 거지?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은하가 너희들 원수인 줄 알겠어. 너희들 같은 눈먼 사람과 한 식구로 지내니 은하가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을지 상상이 안 가.” 차도준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두 눈에는 동정으로 가득했다. 순간,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언제나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 말에 옆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차마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연하윤의 표정도 덩달아 어색해졌다. “아까는 제가 그만 발을 헛디딘 바람에 실수로 언니를 밀쳐 넘어뜨린 것이지 고의가 아니었어요.” 말을 마치기도 전에, 연하윤은 눈시울을 붉히며 잔뜩 억울해했다. 그 모습에 서진혁과 연준영은 다급하게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다. 그때, 서진혁은 고개를 돌려 차도준을 빤히 노려보았다. “한밤중에 여긴 웬일이야?” 나는 차도준에게 다가가 그의 품에 기대며 한마디 했다. “외로운 남녀끼리 밤에 뭘 할 수 있겠어?” 내 말이 떨어지자 주변의 공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차도준 역시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깜짝 놀란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그에게 한쪽 눈을 깜박거렸다. 내 연기에 합을 맞춰달라는 뜻이었다. 서진혁과 연준영이 모두 이곳으로 온 지금, 원래 계획했던 것을 망쳐버렸으니, 다른 연극을 펼치면 되었다. 두 사람은 줄곧 나와 차도준의 사이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때문에 나는 두 사람에게 우리 둘의 사이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서진혁이 나한테 누명을 씌웠으니 나도 그를 화나게 하고 싶었다. 그때, 내 뜻을 이해한 차도준은 바로 내 허리를 감싸안으며 한마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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