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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그건 인체의 사혈자리에요!” 기 선생은 인상을 찌푸렸고, 이 사람이 의학을 조금 배워서 아는 척을 하고 있지만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산중혈과 신궐혈 다 위험한 자린데 어떻게 마음대로 찌르라는 거예요?” “혈자리 제대로 아는 거 맞아요?” 기 선생의 조수는 진명을 보며 소리쳤다. “당신 보니까 의학 좀 배웠다고 지금 끼어들려 하는 거 같은데, 내 말 잘 들어요. 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나라 한의학에 독이 되는 사람이에요!” 이젠 그의 도덕성까지 논했다. 진명은 더 말하고 싶었지만 임아린이 끊어버렸다. “진명아, 우리 할아버지 생명이 위험한 상태에서 기 선생님이 구해주고 계시잖아. 이 상황에서 혼란을 주지 마!” 임아린은 불만 넘치는 말투로 말했다. 비록 진명이 어제 저녁 그녀를 구해줬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명이 임씨 가문에서 마음대로 행동해도 되는 건 아니었다. 게다가 이건 그녀의 할아버지의 생명과 연관되어 있으니 그녀는 더더욱 진명이 나서는 걸 용납하지 못 했다. “너 이 자식 자꾸 그러면 당장 여기서 쫓아낼 거야!” 임정휘는 분노한 눈으로 보았다. 진명은 입을 벙긋거리다가 결국 하려던 말을 삼켰다. 기 선생은 진명을 무시하고 마음을 가다듬은 뒤, 계속해서 어르신에게 침을 놓았다. 기절한 상태인 어르신은 갑자기 몸을 떨더니 얼굴은 점점 색이 변했고, 마치 피를 토하기 직전인사람처럼 보여 무서웠다. 호흡도 점점 약해지고 있었고 심지어 심장도 느리게 뛰어 거의 멈출 것만 같았다. 이 장면을 보고 임정휘와 임아린은 전문가가 아니어도 상황이 안 좋은 걸 알 수 있었다. “혈액이 거꾸로 솟고 있어요!” “어… 어떻게 이런 일이!” 기 선생은 표정이 굳은 채 손에 네번째 바늘을 쥐고, 아무데도 찌르지 못 하고 있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이 바늘을 꽂으면 거꾸로 솟고 있는 혈액이 어르신의 심장을 강타해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기 선생님,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임정휘는 다급한 표정으로 물었다. “죄송합니다, 저는 최선을 다 했습니다…” “제가 이 바닥에서 40년을 일했지만 이런 증세는 처음봅니다. 저의 무력함을 용서해주세요…” 기 선생은 한숨을 쉬었다. “뭐라고요?” “당신......” 임정휘는 분노하며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의사에게 욕을 할 뻔했다. 기 선생의 명예와 사람들이 그를 향한 존경심을 생각해서 그는 하려던 말을 겨우 삼켰다. “기 선생님, 제발 다시 방법을 생각해주세요. 꼭 저희 할아버지 좀 살려주세요…” 임아린이 애원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가문에서는 이 뒷일을 준비해두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기 선생은 씁쓸하게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방금까지 괜찮으셨는데…” 임아린은 창백해진 얼굴로 바닥에 주저 앉아 눈물이 얼굴을 덮었다. 엄마가 세상을 일찍 떠나서 아빠는 그동안 백정 모자에게 온갖 시간과 정을 쏟았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녀를 챙겨준 건 할아버지 밖에 없었고, 평소에도 제일 가까운 사람이었다. 할아버지의 사망 소식에 그녀의 슬픔은 말로 할 수 없었다. 진명은 아무 말없이 다가가서 임아린을 일으켰다. 방금 그가 대화에 두번이나 끼어들었다가 욕만 먹었기에 더 이상 마음대로 말을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임아린의 슬픈 모습을 보자 그는 망설이다가 작은 목소리로 결국 입을 열었다. “내가 해볼 수 있을 거 같은데.” “너가 해본다고?” 사람들은 벙쪄서 모두 진명을 바라보며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맞아.” “어르신의 생명이 위험하시지만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내가 살려드릴 방법이 있는 거 같아…” 진명은 용기내어 말했다. 이 말에 고요해진 분위기는 공기 마저 굳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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