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장

강수연도 순진무구한 소녀가 아니었기에 그의 행동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심지운, 너 미쳤어?" 그녀는 순간 불안한 느낌이 들어 그를 뿌리치려고 세게 버둥거렸다. 하지만 심지운이 바로 돌아누워 그녀의 두 손을 머리 위로 하고는 그녀를 자신의 아래에 가뒀다. "연아..." 심지운의 얼굴이 빨개졌고 눈에는 버둥거림과 욕망이 서로 엉켜 있었다. 그러나 바로 버둥거림에 욕망에 씻겨버렸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강수연한테 다가가 그녀의 목 사이를 파고들어 그녀를 물었다. 강수연도 몸이 점점 뜨거워 나는 것 같았고, 뭔가 충동적인 게 그녀의 이성을 파고들려고 하는 것 같았다. 이상한 걸 느끼자 그녀는 세게 혀끝을 물었고, 아픔 때문에 바로 정신을 차렸다. "심지운, 흥분하지 마!" 그녀는 무릎을 들어 세게 위로 찍었다. 심지운이 신음을 냈고 강수연이 그 틈을 타 그를 밀어내고는 맨 발로 화장실에 들어가 찬 물을 받아서 심지운의 얼굴에 부었다. 심지운은 움찔했고 눈에 가득했던 욕망이 순간 사그라졌다. 그는 멍하니 강수연을 바라보았다. 물이 그의 볼을 타고 흘러내려 침대에 떨어졌다. 강수연은 뒷걸음쳐서 그를 경계했다. "정신 차렸어?" "나..." 심지운이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몸이 또 뜨거워났다. 강수연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동시에 머릿장에 있는 디퓨저를 보았다. 강수연은 망설임 없이 디퓨저를 끄고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여러 바람이 통하게 했다. 향이 사라지자 이상한 느낌도 사라졌다. 역시나 디퓨저가 문제였어! 강수연은 미간을 찌푸렸고 뭔가 생각났다. "아버님이 서재에서 대체 뭐라고 했어, 우리가 이혼하려는 걸 알고, 우리를 관계 맺게 하려는 거야?" 심지운은 얼굴에 있는 물을 닦으며 불쾌해했다. 감히 나한테 찬물을 끼얹었어? 내가 해주겠다고 하면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니야? 심지운이 대답이 없자 강수연은 언성을 높였다. "내 말 못 들었어?" 심지운은 그녀를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응, 아빠가 이미 알았어, 오늘 밤에 무조건 너랑 관계 맺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