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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장

강리나는 더 이상 배서희의 말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사실대로 고했다. “싸웠어. 아직 냉전 중이고.” “왜?” “나더러 사리 분별 못 한대.” “뭐?” 예상 밖의 말이라 배서희는 놀랐지만 괜한 말을 했다 강리나에게 상처를 줄까 조심스럽게 투덜거렸다. “네 남편 왜 저래? 상처받게 그런 말은 왜 하는 거야.” “그러게. 그래서 별로 말 섞고 싶지 않아. 그 사람도 마찬가지겠지만.” “싸운 지 얼마나 됐는데?” 강리나가 운전하며 배서희의 질문에 대답했다. “일주일 됐을걸.” “일주일? 너무 긴 거 아니야? 그동안 너 한 번도 안 달래줬어?” “응.” 성시후가 자신을 달래주길 바라지도, 감히 바라본 적도 없는 강리나였다. 오히려 그녀는 지금처럼 지내는 게 둘 사이에 훨씬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냥 오늘 커피숍에서 성시후와 하은지를 만났을 때의 그 반응에 그저 헛웃음이 날 뿐이었다. 그 말에 배서희가 조수석에 몸을 기대며 중얼거렸다. “저번에 만났을 때 너한테 꽤 잘해주던데. 며칠 사이에 왜 또 성 대표에서 성 싸가지로 변한 거지?” 그러다 문득 뭔가 깨달은 듯한 배서희였다. “아! 설마 하은지랑 연관 있는 거야?” 강리나의 눈빛이 순간 멈칫했다. 생각해 보면 하은지와 연관이 있긴 했다. 애초에 하은지를 데리러 가야 해서 성시후가 약속을 어기지만 않았어도 그녀는 권이헌을 만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영화를 볼 일도 없었을 테다. 하은지를 데리러 가는 바람에 둘의 말다툼이 시작됐고 냉전이 시작됐으니 아예 하은지와 연관이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배서희는 그런 그녀가 말이 없자 자기 생각이 맞았음을 단번에 깨달았다. “아, 그 여자 진짜 짜증 나네.” “근데 또 여자만 탓할 수 있나... 애초에 희망은 남자가 주는 거니까. 나 열받게 한 새끼도 남자고.” “아니,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건...” 강리나가 흥분한 배서희의 말을 잘랐다. “됐어, 서희야. 재수 없으니까 그 사람 얘기는 그만하자. 이따 지선이 만나도 이 얘긴 하지 마. 하은지 얘기도.” “알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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