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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장

“아니에요.” 강리나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부인했다. ‘남자 친구 아니긴 하지.’ “근데 저 사람은 뭔데 너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야?” “누가 보면 여자 친구 바람난 줄 알겠어.” “어디 아픈가 보죠.” 성시후의 뒷모습에서 시선을 뗀 강리나가 고개를 돌려 권이헌을 바라봤다. “선배, 오늘 만나서 정말 반가웠어요. 사건 관련해서는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 그럼 난 먼저 가 볼게요.” “그래, 카톡 친추도 돼 있으니까 언제든지 연락해.” “네.” 강리나가 3분 안에 성시후에 차에 올라 조수석에 앉자 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전해졌다. “안전벨트 매.” “저 운전해서 왔어요. 할 말 있으면 해요. 운전해서 갈 거니까.”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는 강리나의 모습에 성시후의 얼굴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그는 강리나의 안전벨트 착용 여부를 신경 쓰지도 않은 채 액셀을 힘껏 밟았다. 그의 모습에 강리나의 안색이 변했다. “귀먹은 거예요?” 마이바흐는 빠르게 한 정거장을 달린 후에야 길거리에 멈춰 섰다. 차가 멈추자 곧바로 몸을 돌려 내리려는 강리나의 행동에 성시후가 문을 잠가버렸다. 이에 강리나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봤다. “뭐 하자는 거예요?” “아까 그 남자 누구야?” “의뢰인 원고 측 변호사요.” 안 그래도 어두웠던 성시후의 얼굴이 더 어두워지며 그가 냉소를 터트렸다. “원고 측 변호사랑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영화까지 볼 정도로 사이가 좋다라... 사모님, 제가 바보로 보이시나 봐요?” “사람을 시켜 나 미행했어요?” “그럼, 뭐?” 순순히 인정하는 그의 모습에 강리나는 다소 놀라웠다. 하지만 놀라움도 잠시,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던 강리나가 차가운 얼굴로 말을 내뱉었다. “나 바람맞힌 사람은 당신이예요. 상대방 변호사가 마침 그 타이밍에 연락이 와서 만나자길래 제가 오라고 한 거고요. 같이 커피 마시면서 일 얘기하고, 만난 김에 영화 본 게 뭐 문제 있나요?” “강리나!” 성시후가 이를 악물고 강리나의 이름을 불렀다. 좀 전의 말투와 태도랑은 현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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