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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장

성시후는 강리나의 말에서 추궁과 그 외의 것들을 읽어냈다. 이를테면 분노, 슬픔, 원망 그리고 실망이 강리나의 말속에 담겨 있었다. 강리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성시후의 눈빛이 복잡해졌다. 성시후의 눈동자 위로 비친 자신의 추태를 발견한 강리나는 황급히 시선을 피하며 조용히 격해진 감정과 호흡을 가다듬었다. 강리나는 일부러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이제 와서 이런 말들은 아무 의미도 없어요. 난 잘게요.” 침대에 눕는 강리나의 동작은 느릿하고 부드러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성시후는 그녀의 보이지 않는 거부와 도피를 느꼈다. 성시후는 잠든 척하는 강리나의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순간 한 가지 생각이 성시후의 머릿속에 불쑥 떠올랐다. 성시후는 앞으로 강리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그녀와의 결혼 생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았다. 다음 날, 강리나가 눈을 떴을 때 성시후는 이미 침대에 없었다. 어젯밤 성시후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면 강리나는 괴로워졌다. 왜 의미도 없는 말들을 성시후에게 한 것인지 후회되었다. 마치 남편의 사랑을 구걸하는 비천한 아내가 된 기분이었다. 강리나는 성시후가 회사로 출근을 한 줄 알았지만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그는 핸드폰을 손에 든 채 식탁 앞에 앉아 있었다. 노진숙이 계단 쪽으로 다가왔다. “도련님께서 기다리고 계세요.” 식탁 쪽을 힐끔 바라본 강리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걸어가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옆에 놓인 두유를 한 모금 들이켠 후 식사를 시작했다. 성시후가 무심한 목소리로 입을 열기 전까지 강리나는 식사를 하는 동안 맞은편에 앉은 그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았다. “서희 씨가 남자친구와 어디서 몇 시에 헤어지기로 한 건지 말해줄 생각 없어?” 강리나는 식사를 멈추고 눈동자를 들었다. “허락한 거예요?” 성시후는 미소 지었다. “여보라고 부르면 도와주겠다고 했잖아. 어제 여보라고 불렀던 거 잊었어?” 강리나의 안색이 차갑게 굳었다. “내일 저녁 6시, 은산시티 호텔 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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