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장
강리나는 싸늘한 표정으로 성시후를 쳐다보았다.
“무슨 속셈인지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요.”
“내가 무슨 속셈을 가지고 있는데?”
“내가 임신해서 할아버지가 증여한 주식을 받으면 주주총회에서 시후 씨를 지지하게 만들 생각이잖아요. 이것도 시후 씨가 직접 말한 건데, 잊었어요?”
성시후는 오히려 반문했다.
“지난번 병원에서 나랑 은지 대화를 엿들었어?”
강리나의 표정은 덤덤했다.
“몰래 엿들은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듣게 된 거예요.”
“내 말을 전부 다 믿어?”
“아니요. 하지만 시후 씨가 첫사랑에게 한 말이 거짓말일 리는 없잖아요. 하은지 씨를 손바닥 위의 진주처럼 아끼고 좋아하는데 거짓말을 할 수나 있겠어요?”
성시후는 지그시 강리나를 한참 동안 주시했다.
강리나가 말을 끝마치자 성시후는 그녀의 뺨 위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성시후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강리나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그녀를 불렀다.
“리나야.”
“왜요?”
“전에 날 좋아한다고 했잖아. 언제부터 날 좋아했어? 그리고 언제부터 날 좋아하지 않게 된 거야?”
성시후의 말에 멈칫 얼어붙었던 강리나는 이내 웃었다.
“지금 그런 걸 물어서 무슨 의미가 있죠?”
“알고 싶어.”
“알면 뭐가 달라지는데요? 알면 날 좋아할 건가요? 잊지 마요. 어제까지만 해도 시후 씨는 내가 성욕을 풀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고 말했어요. 단지 성욕을 푸는 도구가 언제 시후 씨를 좋아하게 됐고, 언제부터 좋아하지 않게 됐는지 알아서 뭐 하게요? 그럴 가치가 있어요?”
말을 마친 강리나는 성시후를 밀어내고 침대에 옆으로 누워 눈을 감았다.
성시후에게 말해주기 싫은 것이 아니라 아직은 태연하게 이야기할 정도로 강리나는 강인하지 못했다. 강리나는 자칫 한순간 원망을 담은 언어를 쏟아내고 필사적으로 억누르던 것을 실수로 드러내 보이게 될까 봐 무서웠다.
강리나가 눈을 감았을 때, 성시후가 몸을 붙여왔다.
성시후는 강리나의 손을 잡아 그녀의 아랫배에 가져다 댔다.
강리나는 신경이 곤두서는 느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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