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장

배서희는 조금 놀랐다. 전화를 받은 강리나는 스피커폰을 켰다. 한편 전화기 너머로 사무실에 들어선 양태호가 천명훈과 인사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두 사람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시도나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킹스 로펌에 연락했는데 이렇게 행운스럽게 변호사님과 협력할 기회가 생길 줄은 몰랐어요.” “원하시는 걸 말씀해 보세요.” “여자친구가 결혼 전에 집을 샀는데 집 명의에 자기 이름만 썼어요. 그리고 저한테 인테리어 비용을 내라고 강요했어요. 처음엔 저도 어차피 결혼할 사이이니까 조목조목 따지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렇지만 여자친구 집안은 저희 집안보다 잘 산다는 이유로 저에게 혼전 계약서를 쓰라고 강요하고 있어요. 그래서 말인데요, 변호사님. 혼전 계약서를 작성할 때 여자친구의 돈을 일부 제가 나눠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양태호의 말을 들은 배서희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충격받은 얼굴이 되었다. 양태호에게 혼전 계약서를 쓰라고 강요한 적은 결코 없었다. 배서희가 한번 언급했을 뿐인데 양태호가 두말없이 쓰겠다고 동의한 일이었다. 강리나는 배서희의 감정이 격해진 것을 눈치채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혼전 계약서는 쌍방의 혼전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작성하는 거라 양태호 씨가 말씀하신 건 어려움이 있을듯합니다.” 천명훈의 대답에 양태호는 흥분해서 말을 덧붙였다. “혼전 계약서에 남녀가 각자의 부동산을 소유한다고 명시했는데 제 명의로 된 집에 아직 대출이 남아 있어요. 대출을 다 갚고 이혼하면 제 소유의 집을 여자친구에게 절반 나눠줄 필요가 없는 거죠?” “양태호 씨는 결혼을 통해서 한몫 벌고 싶은 건가요?” “그건 아니에요. 저한테 사촌 여동생이 있는데 신세가 좀 처량해요. 지금 임신한 상태인데 머물 곳이 없어서 제가 대출 받아 집을 샀고 사촌 여동생에게 선물로 줬어요. 여자친구한테는 전액 현금으로 집을 구매한 거라고 속였는데 집이 너무 작고 위치도 안 좋아서 인테리어를 안 했어요.” “양태호 씨, 여자친구를 속인 상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