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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강리나는 표정이 점차 담담해졌지만 말을 하지 않았다. 하은지는 강리나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시후와 결혼한 후 후회해본 적 있어요?” 강리나는 무덤덤하게 쳐다봤다. “하은지 씨, 오늘 나와 약속을 한 것은 바람난 남편의 내연녀에 관한 증거를 찾기 위해서였어요? 아니면 나의 사생활을 알아보려고 불렀어요?” “당연히 증거를 찾기 위해서죠. 그냥 얘기 나누는 거니까 너무 예민하게 그러지 말아요.” “증거를 찍으려면 집중하셔야죠. 어느 룸에 있어요?” 하은지가 대답했다. “306번 룸이요.” 두 사람은 함께 306 룸으로 갔다. 복도에는 다행히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 두 사람은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되지 않았다. 강리나가 하은지에게 물었다. “어떻게 찍을 거예요?” “나의 남편은 나를 보면 무조건 경계할 거니 아무것도 찍을 수 없지만, 강리나 씨를 모르니 강리나 씨가 여기 종업원인 척하고 들어가 몰래 찍어줄래요?” 강리나는 하은지를 쏘아보았고 하은지는 피식 웃었다. “우리가 나중에 법원에 갔을 때 증거 부족으로 소송에서 지고 싶지 않으시죠? 강 변호사님?” “그럼요.” 강리나는 하은지의 의도가 불순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지만 이미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으니 당사자에게 유리한 증거를 어쩔 수 없이 수집해야 했다. 마침 이 클럽의 매니저를 알고 있었던 강리나는 촬영 편의를 위해 종업원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핸드폰을 영상 촬영 모드로 바꾸고 카메라를 밖으로 향하게 윗옷 주머니에 넣은 후에야 다른 종업원들과 함께 306번 룸에 들어갔다. 룸에 들어가기 전에 하은지는 육민우의 사진을 보여줬다. 룸에 들어간 후 육민우의 모습을 찾던 강리나는 분위기가 남다른 성시후를 보았다. 입을 꾹 다문 성시후는 사람들 가운데 앉아 손에 와인잔을 들고 시큰둥하게 흔들었다. 강리나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룸의 조명이 밝지 않고 또 다른 종업원들과 같은 옷을 입고 있어서 나를 발견하지 못하겠지?’ 함께 들어온 종업원은 손님에게 술을 따르기 시작했고 그들은 서 있는 위치대로 앞에 앉아 있는 손님에게로 다가갔다. 공교롭게도 강리나는 성시후의 바로 맞은편에 서 있었다. 마지못해 다가서며 강리나는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술을 따라주었는데 술잔이 채워지기도 전에 갑자기 손목이 잡혔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든 강리나는 한눈에 성시후의 그윽한 눈동자와 눈빛이 마주쳤는데 여광으로 그의 입가에 실린 비아냥거리는 웃음을 보았다. 입술을 부르르 떨며 강리나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으나 또 뭐라 말해도 마땅치 않게 느껴졌다. 이때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나인 클럽에 이런 절색 미인이 있을 줄 몰랐네요. 성 대표님의 눈에 들다뇨!” “아가씨는 성 대표님의 눈에 든 첫 번째 여자야. 이분만 잘 모신다면 다른 고객들도 성 대표님의 체면을 봐서 앞으로 아가씨를 종종 찾을 거야.” 강리나는 안색이 어두워졌으나 이 사람들과 따지기 싫었다. 차가운 시선으로 마침 성시후와 마주 보던 강리나는 조금씩 손목을 흔들었지만 성시후는 콧방귀를 뀌며 강리나를 앞으로 잡아당겼다. 무방비상태에 있던 강리나는 남자의 품에 안길 뻔했고 성시후는 다른 손을 들어 그녀의 허리를 잡고 몸을 돌리더니 강리나를 옆에 있는 소파에 눌렀다. 안도의 한숨을 다 내쉬기도 전에 강리나의 핸드폰이 남자에게 빼앗겼다. 강리나는 아연실색했다. 휴대전화 화면을 보던 성시후는 휴대전화를 테이블에 엎어버렸고 강리나를 노려보며 쌀쌀하게 말했다. “몰래카메라야?” 룸에 있던 사람들도 분분히 휴대전화 화면을 들여다보았는데 아직도 촬영 중인 휴대전화를 보며 안색이 변했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성시후와 강리나의 애매한 자세를 유심히 살펴보던 한 사람이 물었다. “감히 성 대표님을 찍다니, 아가씨 간이 배 밖으로 나왔어? 솔직히 말해, 넌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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