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장
이렇게 그를 밀치던 그녀의 손이 누그러졌고 성시후는 다시 그녀에게 키스했다.
배서희가 늘 혼자 해결하는 것도 방법이 아니라던 말이 떠오른 강리나는 환상적인 성시후의 몸매를 보며 합법적인 아내로서 써봤자 별일 아니라는 생각에 그의 키스를 받았다.
그는 통제 불능이 된 듯 더욱 다급히 키스하며 그녀를 데리고 비틀거리며 침대에 쓰러졌고 강리나는 남자의 변화를 느끼며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드러난 그녀의 하얀 어깨가 눈에 들어와 모든 것이 매우 생기발랄해 보였다.
몸 아래에 있는 여자를 바라보던 성시후는 갑자기 차갑게 웃었다. 강리나의 흐릿한 두 눈이 그의 눈을 마주쳤다.
남자의 두 눈에 떠올랐던 다급한 욕망이 사라지더니 대신 차가운 조롱과 비웃음이 이어졌다.
“말로는 내가 싫다고 해도 몸은 그대로 반응하지 않아? 밀당하고 싶은 거야?”
겨울에 얼음물을 끼얹은 것처럼 그녀는 온몸이 다 식었다.
강리나는 이불을 잡아당겨 자신의 몸을 덮고 난감함과 괴로움을 감추며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성인 여자의 정상적인 반응일 뿐이지 난 시후 씨 잡을 생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밀당이라니요. 성 대표님, 생각이 너무 많네요.”
성시후의 차가운 눈빛은 그녀의 얼굴에서 목까지 내려가더니 의미 불명하게 얇은 이불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 그녀의 몸을 한 번 스캔 한 듯 차갑게 입을 열었다.
“입보다 몸이 더 부드러워 보여.”
비꼬는 말을 남기고 그는 훌쩍 떠나갔다.
강리나는 몸을 돌렸다. 분명 피곤했었는데 전혀 졸리지 않았다.
‘이런 날은... 언제 끝인 걸까?’
...
다음날 강리나는 전화 한 통에 잠을 깼는데 발신 번호에 ‘스승님’이라고 표시되었다.
그녀의 스승님 이름은 천명훈, 킹스 로펌의 파트너였다.
2년 전 집안 사정으로 법학 대학원 과정을 마치지 못하고 귀국한 강리나는 학력 때문에 킹스 로펌에 들어갈 수 없었는데, 당시 스승 천명훈이 다른 사람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녀를 받아들여 직접 데리고 가르쳤다. 그래서 강리나는 천명훈에게 매우 고마워하고 있었다.
강리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목청을 가다듬고서야 전화를 받았다.
“스승님, 무슨 일이예요?”
“큰 사건이 왔는데 너한테 맡길 생각이야.”
“감사합니다. 스승님. 그럼 제가 지금 로펌으로 갈까요?”
“아침 먹고 와. 당사자도 한 시간 뒤에야 도착하니까 서두르지 않아도 돼.”
“알았어요.”
강리나는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가 손을 씻고 두유를 부은 다음 씻으러 갔다. 샤워를 마친 그녀는 다시 불을 켜고 달걀을 부치며 부지런히 아침을 만들었는데 이는 2년 동안 혼자 살면서 몸에 밴 습관이었다.
그녀가 식판을 들고 거실로 가서 막 식사를 하려고 할 때, 위층에서 갑자기 인기척이 들렸다.
강리나는 성시후가 여기서 밤을 보냈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는 곧 거실로 내려와 그녀 앞에만 놓여 있는 아침을 보며 물었다.
“내 아침은?”
“시후 씨가 여기서 먹겠다고 하지 않았잖아요. 내 것만 만들었어요.”
“여기서 먹을 거야.”
강리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는 정말 아무 때나 트집을 잡으며 1분도 그녀가 편히 있는 모습을 볼 수 없는 듯했다.
그래도 무난하게 아침을 시작하고 그가 무리하게 일을 그르치는 것도 원치 않았던 그녀는 차분하게 물었다.
“제 걸 먹을래요? 아니면 다시 한번 만들어올까요? 그것도 아니면... 시후 씨가 직접 배달시킬래요?”
성시후는 강리나를 바라보며 일부러 그녀를 곤란하게 하려는 듯 말했다.
“다시 만들어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