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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진짜로 허진우랑 이혼하게?” 어디서 소식을 들은 건지 조하영은 작업실로 찾아와 주아린을 붙잡고 끊임없이 질문을 해댔다. “아니, 이대로 이혼하면 남서희만 좋은 일 시켜준 거잖아? 네 손으로 허진우를 남서희에게 넘겨준 게 아니면 뭐야? 망할, 그 남서희는 자다가도 웃으면서 깰 거야! 어떻게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해!” 주아린은 여전히 설계도를 바꾸고 있었다. 이리 바꾸고 저리 바꿔도 고객은 만족을 하는 법이 없었다. 까놓고 말해 진상짓이었다. 가장 싼 값으로 제일 비싼 쥬얼리를 쓰려고 하니 당연히 해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고객이랑 실랑이를 하며 내내 설계도만 붙잡고 있었다. 미간을 꾹꾹 누른 주아린이 조하영의 말에 대답했다. “이미 이혼 다 했어. 후회해도 늦었어.” “너!” 조하영은 가슴을 움켜쥐었다. 화병에 심장이 다 아파졌다. “아니, 남서희가 허진우를 일방적으로 짝사랑하고, 허진우는 남서희를 동생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설령 진짜로 뭐가 있다고 해도, 네가 이혼만 안 하면 네가 조강지처잖아. 남서희라고 해도 네 자리를 어떻게 하지는 못해!” 주아린은 모니터만 뚫어지게 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하영은 주아린의 이보다 더 평온할 수 없는 모습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이대로 이혼하는 거, 너 정말 괜찮아? 두 사람 사이좋았잖아.” 조하영이 이렇게 묻는 이유는 주아린과 허진우가 얼마나 사이가 좋았던 건지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천생연분이 따로 없었는데 남서희 때문에 이혼을 할 리가 없었다. “사랑하지 않으니까 화목한 거야. 날 사랑하지 않으니까 그 사람은 누구랑 결혼하든 다 똑같았을 거야. 난 날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안주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 조하영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허진우가 그래? 널 사랑하지 않는다고?” 주아린이 말했다. “한 번 술에 취했을 때, 찾은 사람이 내가 아니었어.” 조하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이런 일이 있은 줄은 전혀 몰랐다. 주아린은 이런 이야기를 꺼낸 적도 없었다. 고요한 호수면 같은 주아린의 얼굴을 보며 조하영은 한숨을 쉬었다. “하아… 내가 그러니까 애초에, 초고속으로 결혼하는 거 아니라고 말렸잖아….” 주아린은 침묵했다. 당시에 허진우와의 첫 만남은 한 술자리에서였다. 술에 취한 그녀는 허진우를 기사님이라고 착각해 집에 바래다 달라고 했다. 집에 도착한 뒤 연락처를 주고받았었다. 한 달간 대화를 나누다 감정이 싹이 트게 된 것이다. 호감이 꽤 컸던 탓에 먼저 식사를 제안했고 그에 허진우도 응했고 술을 조금 마신 상태에서 그녀는 위에서 쉬다 가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밤새 쉬게 된 것이다. 그날 밤은… 아주 잘 맞았었다. 이튿날 깨어났을 때 순간의 감정에 동한 것을 조금 후회를 하기도 했었다. 비록 처음이긴 했지만 서로 동의했던 관계이기도 해 더 바라지도 못했고 책임을 지라고도 하지 않았다. 뭐가 됐든 성인이니 자신이 한 짓을 책임져야 해 그녀는 허진우에게 없었던 일로 해도 된다고 말했었다. 그 말을 뱉자마자 허진우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어떤 일은 발생했으면 없던 일로 칠 수 없습니다. 당신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요.” 이내 그는 결혼 이야기를 했지만 주아린은 동의하지 않았다. “그럼 저를 책임지셨으면 하는데요.” 그렇게 말하는 허진우의 모습은 장난기 하나 없이 진지했었다. 그러다 나중에 끝내는 결혼을 하게 됐었다. 이런 걸 뭐라고 하더라, 눈이 멀었다고 하던가, 그때는 정말 뭐에 홀린 듯했다. 그렇게 성급하게 혼인신고부터 했다. 결혼식도 없었고 결혼을 알리는 자리도 없었고 친구들을 불러 식사 대접도 하지 않은 아주 조촐했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주변의 지인 몇 명이 다였다. 조하영이 바로 그 몇 없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결혼한 뒤 유원 별장에 집을 하나 샀다. 허진우가 그녀의 보탬은 거절한 채 구매한 탓에 주아린은 인테리어며 살림을 책임졌었다. 모은 돈이 있었던 탓에 허진우에게 전부 책임지라고 하지는 않았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허진우는 아주 좋은 결혼 상대였다. 다정하고 친절했고 번듯한 직장에 안 좋은 습관도 없었고 기념일이나 명절 때면 각종 선물까지 해 로맨틱하기까지 했다. 위생 관념이 떨어지는 일부 남자들과는 달리 그는 몹시 깔끔했던 데다 부부생활까지도 잘 맞아 흠이라고는 잡을 것 하나 없었다. 심지어 주아린은 이대로 같이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 그녀가 허진우와는 아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와 이야기했을 때 허진우는 순식간에 눈빛이 차갑게 식더니 말했었다. “당신 아직 어려. 자기도 아직 애면서, 급할 것 없어.” 어쩔 수 없지. 그 말은 사실이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아이를 가지려는 생각을 접었다. 그 이후로 그는 집에 안 들어오기 시작했고 출장이 잦아졌다. 그런 상태가 몇 달간 이어지고 그녀의 귀에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예를 들자면 누군가가 그녀의 연락처를 추가해 허진우가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난다고, 얼른 이혼을 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적도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악의적인 장난이라 생각해 무시를 했었다. 허진우 같은 남자한테 옛 애인이 없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상반기에, 출장에서 돌아온 허진우의 몸에 흔적들이 늘어 있었다. 여자의 향수 냄새였다. 늦은 밤에는 여자에게서 전화가 걸려 오기도 했었다. 그 전화를 받은 주아린은 그제야 허진우가 자신과 결혼을 한 것이 그저 다른 사람의 화를 돋우기 위해 홧김에 한 것이지, 자신과 일상을 함께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은 바로 남서희였다. 이런 남자를 지키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 그 몇 년 동안 얻은 게 없지는 않았다. 확실히 좀 있었다. 허진우는 몸매가 좋다 못해 훌륭했다. 슬랜더인 그 몸은 근육으로 꽉 차 있었고 그런 남자와의 밤은 정말 하나도 손해가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쁠 건 없었다. 그러니 허진우와 남서희의 일에 대해 더 깊게 파고들 생각은 없었다. 주아린은 진심으로 감정을 쏟아부었기에 이혼은 했지만 영혼은 반쯤 뚝 떼어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조하영은 숨겨지지 않는 그녀의 낙담에 조금 마음이 아파졌다. “괜찮아, 그런 쓰레기는 쓰레기 같은 여자가 어울리는 거야. 버려, 버려. 린아, 슬퍼하지 마.” “안 슬퍼. 그냥 당시에 아이를 가지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뿐이야.” 그녀의 어린 시절은 불완전했다. 10살 때,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양육권이 아버지에게로 판정됐고 아버지는 그녀를 가정부에게 양육을 맡긴 뒤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아이까지 가졌다. 비록 경제적으로는 홀대한 적 없었지만 대학에 들어간 뒤로는 단 한 푼도 요구를 한 적이 없었다. 그저 명절 때에야 만나 식사 한 끼 할 뿐, 평소에는 연락도 없었다. 이건 결혼할 당시 결혼식을 올리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조하영은 주아린의 가정사를 알고 있어 가슴이 아파왔다. “괜찮아. 세상의 절반이 남자야. 넌 예쁜데도 돈도 많은데 어디 남자가 없겠어?” 주아린은 그 말에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주아린이 웃자 조하영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같이 살던 집은 어떻게 하기로 했어?” “유원 별장에서 나와야지. 집은… 더 지낼 수는 없지. 팔 거야. 하영아, 너 친구 중에 부동산 일 하는 애 있지 않아? 그 집 대신 팔아줄 수 있어?” “당연하지, 나한테 맡겨둬.” 조하영은 자신만 많게 대답했다. “딱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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