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장
임수지는 주아린의 표정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아 물었다.
“왜 그래요, 남편이랑 싸웠어요?”
“이혼했어요.”
주아린의 무심한 대답에 임수지는 얼어붙었다.
“갑, 갑자기요? 이혼한 것도 모르고 있었네요.”
“괜찮아요.”
임수지는 무마하려 애를 썼다.
“근데 제가 전화를 했을 때 거절하지 않고 금방 온다고 했어요. 이혼한 것 같지는 않아서 두 사람 사이 별일 없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됐을 줄은 몰랐어요.”
그때 병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허진우가 안으로 들어섰다.
임수지는 허진우는 그다지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고작 몇 번 만난 게 다였다. 다만 주아린과 이혼했을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던 탓에 분위기가 조금 미묘해졌다.
주아린은 허진우가 보고 싶지 않았다. 눈길 한 번도 주고 싶지 않아 고개를 돌린 채 아무 일도 없는 척 다른 데를 봤다.
“그럼 두 사람 얘기 나눠요. 전 나가볼게요.”
임수지는 비록 두 사람이 이혼을 하긴 했지만 주아린에게 일이 생기니 온 것을 보면 허진우는 아직 주아린을 걱정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분명 무슨 오해가 있어 충동적으로 이혼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은 있다고 생각했다.
병실에는 다른 환자들도 있었다. 주아린의 자리는 가장 안쪽이었다. 그녀는 창밖만 뚫어지게 쳐다보며 허진우는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침대 옆으로 온 허진우에게서는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당신 친구가 쓰러졌다고 연락이 왔더라고. 어디 아픈 거야?”
주아린은 대답 대신 말을 했다.
“우리 이혼한 걸 모르고 제멋대로 연락을 한 거야. 이런 일 다시는 없을 거야, 미안.”
말투에는 냉담함과 거리감이 가득했다.
주아린은 자신이 일부러, 아픈 척하며 그의 관심을 끈다고 오해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 말이 없던 허진우는 되레 자리에 앉으며 무심한 눈길로 말했다.
“얘기 좀 해.”
주아린이 물었다.
“남서희 얘기? 아니면 집?”
둘 다 남서희와 연관이 있으니 별 차이가 없었다.
“알면서 묻지 마.”
주아린은 두 눈을 꾹 감았다. 가슴이 갑갑해졌다. 그러니 병원에는 병문안을 온 게 아니라 남서희 때문이라는 사실에 그녀는 비웃음을 흘렸다.
“나더러 뭘 더 어쩌라는 거야?”
“원하는 건 다 얘기해. 보상해 줄게. 집 나한테 팔아.”
입술을 꾹 깨문 주아린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눈꼬리에 맺힌 물기를 떨어트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당신이랑 남서희 무슨 사이야?”
허진우는 그 말에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린 채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내가 방해가 된 거야?”
주아린은 코웃음을 쳤다.
“결혼할 당시, 마음에 둔 사람이 있다고 한 적 없잖아. 허진우,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서 왜 나를 건드린 거야?”
“남서희는 우리 이혼과 아무 상관 없어.”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 아니면 내가 그렇게 바보 같니?”
허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눈빛이 짙게 가라앉았지만 더는 해명하지 않았다.
주아린의 눈시울이 점점 더 붉어졌다. 그녀는 잘 우는 사람이 아니었다. 전에는 무슨 일이 있든 단 한 번도 눈물을 흘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 그녀는 도무지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의 스트레스와 화가 순식간에 차오르자 눈시울은 점점 더 붉어졌다. 다시 고개를 돌린 그녀는 꾹 막힌 목소리로 말했다.
“가,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
눈시울이 붉어진 주아린을 본 허진우는 속이 이상해졌다. 함께 하는 동안 주아린이 우는 모습을 본 적은 몇 번 없었다.
허진우는 가지 않고 주아린이 링거를 전부 다 맞을 때까지 옆에 있어 주다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주아린은 거절을 하려고 했지만 옆에서 내내 말리는 임수지를 이길 수가 없었다. 임수지가 보기엔 두 사람은 그저 충동적으로 이혼을 할 뿐 아직 감정이 있는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허진우가 바래다줄 리가 없었다.
심지어 허진우가 먼저 차 문을 열고 습관적으로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하려는데도 무의식적으로 피안 주아린은 그와의 접촉을 피하며 뒷좌석으로 향했다.
차에 탄 그녀는 바싹 긴장한 채 내내 아무 말 없이 창밖만 바라봤다.
허진우는 운전을 하며 뒷좌석에 웅크리고 있는 그녀를 쳐다봤다. 여전히 안색은 창백해고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주아린은 베이지색의 셔츠에 청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부드러운 머리칼을 늘어트린 모습은 아주 어리고 순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