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장

그래서 그녀는 문을 두드렸고 가식적인 미소를 짓는 집사가 문을 열어주었다. 온채원을 본 집사는 조금 반가워했다. “선생님 오셨어요? 들어오세요.” 온채원이 머쓱하게 말했다. “오후에 일이 없어서 좀 일찍 왔어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이르지 않았다. 꼬마 도련님은 어제부터 온채원에 관해 물어봤다. 외부인과 기꺼이 만나려는 건 처음이라 집사는 당시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 만약 도련님이 이런 태도를 보일 줄 알았다면 계약서에 휴식 시간도 다 없애버렸을 거다. 선생님이 조금만 늦게 왔어도 도련님이 집을 부수기 직전이었다. 온채원은 집사의 태도에 조금 당황했지만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지난번 그 방으로 왔고 이번에 온채원은 방에 들어가면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 문제아가 또다시 손을 대도 무사히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의외로 차분했다. 희미한 조명이 켜진 방에서 우연준은 창가에 앉아 있었고 커튼에 작은 틈새만 열린 채 바깥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철창에 갇힌 죄수처럼 밖의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자 온채원은 마음이 약해졌다. 사실 이 아이가 왜 이렇게 고집스럽게 구는지 알 수 있었다. 알비노라는 병 때문에 너무 많은 이상한 시선과 차별을 받아왔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은 우연준이 고개를 돌렸고 연한 회색 눈동자가 바깥세상을 바라보듯 온채원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온채원을 보고도 그는 화를 내거나 다치게 하지 않았다. 온채원은 진지하게 말했다. “묶이기 싫으면 얌전히 있어. 넌 날 이길 수 없어.” 우연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온채원은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그 아이가 오늘 누구를 해칠 생각은 조금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연준은 책상 앞에 앉더니 옅은 회색 눈으로 온채원을 바라보았다. “돈 번다면서요? 수업 시작 안 해요?” 온채원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앗, 그래. 수업 시작할게.” 온채원은 문제아가 오늘은 기분이 좋다고 생각했다. 상대가 성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