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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인정사정없는 나가라는 말에 온채원은 화들짝 놀랐고 저도 모르게 양동이를 꽉 움켜쥐었다. 그제야 박민철이 손자가 장가를 못 간다고 투덜거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얼굴만 잘생기면 뭐 하나? 성격이 거지 같은데.’ 하지만 손자를 대신 잘 돌봐주겠다고 할아버지와 약속한 이상 이제 와서 번복할 수도 없었다. 결국 곰곰이 생각하다가 진지하게 말했다. “저 요리 잘해요. 집안일도 알아서 하고 사람 돌보는 데 도가 텄죠.” 박태성은 잠자코 앉아 있기만 했다. 그 모습은 마치 보기에 예쁘지만 자칫 다칠 수도 있는 겨울철 시골집 처마 밑에 맺힌 고드름 같았다. 하지만 온채원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 간식이 없어서 고드름을 따서 아이스크림처럼 아작아작 씹어먹기도 했다. 결국 쌀쌀맞은 태도에도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렇게 한 사람은 앉아서 다른 한 사람은 서서 대치하던 와중에 박태성의 휴대폰이 문득 울렸다. 남자의 길쭉한 손가락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휴대폰 너머로 박민철의 경고가 들려왔다. “네 와이프 잘 챙겨 줘. 앞으로 오아시스에서 같이 살 거야. 만약 채원이를 쫓아낸다면... 그 여자도 다시는 우리 집에 발을 들이게 할 생각하지 마.” 박태성의 목소리가 대뜸 가라앉았다. “마지막입니다!” 그러고는 전화를 끊고 실눈을 뜬 채 온채원을 바라보았다. “날 돌봐준다고 했나?” 온채원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선은 저도 모르게 눈꼬리의 고혹적인 점을 향했다. 박태성이 웃음을 터뜨렸고, 스산한 모습은 마치 먹이를 보며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는 마왕 같았다. “그렇게 내 집에 남고 싶다면 소원을 이뤄주지.” 대신 절대로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게 해줄 생각이다. 자신을 협박해서 혼인신고 하도록 감히 할아버지를 구워삶는 것도 모자라 남의 집까지 쳐들어오는 발칙한 수법까지 동원하다니? 적어도 뒷감당을 처리할 각오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온채원은 박민철의 협박으로 성사된 결혼이자 박태성의 의사는 처참히 묵살당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박태성이 허락하는 순간 그녀는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 유난히 반짝이는 눈동자는 금세 초승달처럼 휘어지더니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를 본 박태성은 싸늘하던 얼굴이 흠칫 굳었다. 온채원은 짐을 들고 다른 한쪽 다리도 별장 안에 들여놓았다. “태성아, 어디서 나타난 조금... 특별한 미인이지?” 이내 들어서자마자 꽃무늬 셔츠를 입은 남자와 자칫 정통으로 부딪칠 뻔했고, 다소 경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집에 박태성을 제외하고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거실에는 술병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고, 한 무리의 남녀가 모여서 술판을 벌였다. 한편, 박태성은 주변에 마치 경계가 있는 듯 반대편에 나 홀로 앉아 있었다. 방금 그가 대답했을 때 사람들이 침묵을 유지했고, 온채원은 문밖에 서 있었기에 손님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수십 쌍의 눈동자가 일제히 온채원에게 쏠렸다. 온채원이 안으로 들어서자 술 냄새를 풍기는 남녀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그녀를 두고 한 마디씩 평가하기 시작했다. “하하하, 특별하긴 하네? 혹시 옛날에 출토된 골동품인가? 너무 촌스럽잖아.” “박태성의 취향이 그새 변했나? 민지 같은 매력적인 여자를 옆에 두고 이런 유아틱한 꼬맹이한테 관심을 가지다니?” “얼굴은 예쁘장한데 아직 미성년자 아니야?” 온채원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갖은 놀림을 받았다. 하지만 박태성은 말리는 대신 무심하게 쳐다보기만 했다. 아무런 조처하지 않은 박태성을 보자 사람들은 더욱 거리낌이 없었다. 만약 보통 여자였더라면 화려하게 차려입은 남녀들이 에워싸서 조롱하는 순간 열등감이 밀려와 어찌할 바를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온채원은 아무렇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고생하고 자란 만큼 강단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이내 눈살을 찌푸리며 사람들을 훑어보더니 진지하게 말했다. “좀 무례하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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