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장
온채원이 요리를 마치고 나왔을 때 도민지는 이미 떠났다.
설령 가지 않았다 해도 처음부터 일 인분만 준비했으니 별상관이 없다.
온채원은 테이블 위에 음식을 차려놓고 한껏 업된 기분으로 박태성에게 말했다.
“태성 씨, 준비 다 됐으니까 얼른 먹어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박태성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잠깐만.”
온채원은 눈살을 찌푸렸다.
‘또 무슨 트집을 잡으려고 이러지? 밥도 차려줬는데 도대체 뭘 더 원하는 거야...’
박태성은 서류 한 장을 가져와 온채원에게 건넸다.
“읽어보고 괜찮으면 사인해.”
이 상황이 마냥 어리둥절한 온채원이다.
‘갑자기 사인? 설마 내가 매달리고 안 나갈까 봐 이런 걸 준비한 거야?’
계약서와 백지 수표 한 장이 온하랑의 손에 쥐어졌다.
예상치 못한 건 쫓아내려는 게 아니라 부부관계에 관한 계약서였다. 기한은 3년.
박태성은 여유로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고작 2천만 원으로 나랑 잤었잖아. 돈 좋아하는 거 아니야? 계약서 기한은 3년이니까 수표에 네가 원하는 금액 적어.”
온채원은 오늘따라 유난히 표정이 밝은 박태성의 얼굴에서 그녀에 대한 일말의 존중이라도 알아차리려 눈을 부릅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발견한 건 냉담한 무관심뿐이었다.
곧이어 한겨울처럼 느껴지는 오한이 온몸을 뒤덮었다.
온채원은 계약서를 내려놓고 처음으로 정색하며 박태성을 바라봤다.
“태성 씨, 날 뭘로 생각하는 거예요?”
자고로 부부란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며 서로에게 의지하는 관계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잘 헤어질 수 있도록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해줘야 한다.
몸 파는 사람도 아닌데 달랑 계약서 한 장으로 모든 상황을 무마하려는 건 모욕감을 줬을 뿐만 아니라 선을 넘은 행동이다.
박태성도 표정이 일그러졌다.
‘돈만 있으면 쉽게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하지 않았나? 사인하는 게 어려운 건 아니잖아?’
박태성은 본인이 충분한 조건을 제시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는 상황에 눈빛은 점점 싸늘해졌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