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1장

“채원아, 산에서 내려가면 알아서 몸 잘 챙겨야 한다?” “장학금은 민둥산초등학교에 다 기부할 필요 없어. 성주시에 가서 대학교에 다닐 텐데 이런 시골 동네랑 환경이 엄연히 다르다고. 학비는 물론 기숙사도 그렇고, 식대도 엄청 비싸다고 들었어.” 외딴 산속에서 순박한 마을 사람들이 예쁜 여자아이 한 명을 배웅하고 있었다. 가난한 출신답게 여자는 흰색 티셔츠와 물 빠진 청바지를 맞춰 입었다. 긴 머리는 높게 묶어 올렸고, 커다란 눈망울과 오뚝한 콧날 그리고 앙증맞은 얼굴에 젖살이 아직 남아 통통하니 사랑스러우면서도 귀여워 보였다. 온채원은 커다란 가방을 메고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성주시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이내 창가 좌석에 앉아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었다. “다들 얼른 돌아가세요. 교장 선생님께 끝까지 버텨달라고 대신 전해주세요. 아이들이 공부는 해야 하니까 아르바이트해서 돈을 모으면 학교에 부쳐줄게요.” 산에서 자란 온채원은 수도권의 한 대학에 붙어 시골에서 벗어났다. 아직 개학하기 전이라 그녀가 서둘러 도심으로 향하는 이유는 바로 그동안 학교를 다니도록 후원해 준 박민철을 만나러 가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겸사겸사 할아버지의 못난 손자와 결혼도 해야 했다. ... 돈을 아끼기 위해 온채원은 무려 2박 3일 동안 기차를 환승하며 성주시에 도착했다. 그리고 약속 장소에서 개량 한복 차림의 박민철을 만났는데, 예상대로 인자해 보였다. 박민철은 만면에 웃음을 띠며 물었다. “채원아, 못난 우리 손자한테 시집가도 괜찮겠어?” 온채원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가슴을 두드리며 흔쾌히 대답했다. “네!” 은혜를 배로 갚아야 한다는 게 그녀가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었다. 박민철은 수십 년 동안 민둥산 지역의 아이들을 후원해서 공부시켜주었고, 자신도 도움을 받은 일원으로서 이렇게 큰 은혜는 반드시 보답해야 하는 게 맞았다. 게다가 툭 하면 손자가 못난 녀석이라고 푸념하면서 28살인데 아직 결혼도 못 했다고 하니 괜스레 딱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할아버지를 도와주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마을에서도 맞선을 통해 몇 번 만나 보고 바로 결혼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따라서 일면식 없는 사람끼리 결혼하는 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여겼다. 박민철은 온채원을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지금까지 산간 지역을 후원하면서 그녀가 자라는 모습을 쭉 지켜봐 온 사람으로 착하고 성실하며 얼굴도 예쁘고 공부까지 잘하는 아이를 놓칠 수가 없어 속전속결로 결단을 내렸다. “채원이가 괜찮다고 했으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에 바로 혼인신고 하는 건 어때?” “네? 오늘이요?” “그래. 오늘!” 손자를 협박하고 강요해서 어렵게 결혼 동의를 받아냈는데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당장 혼인신고 하는 게 상책이다. 30분 뒤, 구청 앞. 온채원은 박민철의 못난 손자 박태성을 드디어 만났다. 하지만 어안이 벙벙하기만 했다. 자고로 못났다고 하면 시골에서 농사도 못 짓고, 가축도 못 키우고 무얼 하든 망쳐버리는 멍청한 놈이어야 하지 않는가? 단지 외모만 보면 그는 꽤 잘생긴 편에 속했다. 주변을 샅샅이 둘러봐도 이렇게 멋진 남자는 본 적이 없다. 심지어 머리카락마저 윤기가 흐르는 것 같았고, 다만 안색이 조금 어두웠을 뿐이다. 온채원은 박태성을 향해 예의 바른 미소를 지었다. 남자는 온몸으로 무시무시한 아우라를 풍겼고, 경멸이 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훑어내렸다. 대체 할아버지를 어떻게 구워삶았기에 감히 자신을 협박해서 결혼 승낙까지 받아낼 수 있었던 거지? 박민철의 재촉을 받으며 두 사람은 구청으로 걸어갔다. 구청 직원이 짜증이 난 박태성을 보고 저도 모르게 물었다. “두 분 정말 혼인신고 하는 거 맞아요?” 이내 싸늘한 시선을 느끼자 직원은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잽싸게 처리를 마치고 두 사람에게 접수증을 건네주었다.
Previous Chapter
1/100Next Chapter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