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장
“그건 네가 신경 쓸 일 아니야.”
보안요원들이 달려와 이정호를 말리기 시작했다.
이정호는 더 이상 창피를 당하고 싶지 않았는지 마지막으로 송연아를 노려보고는 화난 듯 자리를 떴다.
“사모님, 괜찮아요?”
보안요원 중 한 명이 물었다.
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한편, 이정호는 집으로 들어온 뒤에야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손으로 위를 감싸 쥐었다. 최근 생활이 엉망이었고 술도 자주 마시다 보니 다시 위염이 도진 것 같았다.
예전이었다면 송연아가 그가 함부로 몸을 망치지 못하게 잔소리를 했을 거다.
약통에는 위장약이 없었다. 하지만 부엌 서랍에는 그녀가 남겨둔 따뜻한 국물 레시피가 있었다.
“송연아, 네가 없다고 해서 내가 아파 죽을 것 같아? 국쯤이야 나 혼자 끓이면 되잖아.”
이정호는 부엌으로 가서 솥을 꺼냈다. 예전에 그녀가 재료를 충분히 준비해 뒀기에 재료 자체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재료 손질은 번거로웠다. 하나하나 씻고, 껍질을 벗기고, 불릴 건 불리고, 그리고 모두 솥에 넣었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한시도 자리를 뜨지 않고 계속 저어야 했다.
이정호는 한 손으로 위장을 문지르고, 다른 한 손으로 국을 젓고 있었다. 통증이 심해 허리까지 굽혀야만 했다.
예전에 송연아라면 절대 이렇게 두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띵.
알람 시계가 울렸다.
이정호는 거실 쪽을 힐끗 돌아봤다. 집 안은 어둑하고 스산해서 유령의 집 같다 싶었다.
맞다, 지금은 이 집에 그 혼자뿐이었다.
분명 그녀가 적어둔 순서를 그대로 따랐는데 결국 국물은 쓴맛이 됐다.
한 모금 삼키고 이정호는 바로 쓰레기통에 게워 냈다. 그렇게 고생만 하다 약도 못 먹고 국도 못 마신 채 배가 더욱 심하게 아파 주저앉았다.
마침 그때 휴대폰 벨이 울렸다. 이정호는 조리대 위의 폰을 꺼내 들었다. 화면에는 ‘온서우’라는 이름이 떴다.
그는 반가워서 살짝 표정이 풀리며 급히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그녀 목소리는 싸늘했다.
“이정호,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네 엄마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