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장

객실 안은 몇 분간 적막이 흘렀다. 모두가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될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임지헌과 허기태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이정호를 부축해 뒤쪽 세면대로 데려갔다. 서강호의 바지도 음식물과 술로 얼룩져 있었다. 허기태는 그에게 새 바지를 건넸다. “화장실 가서 이 바지로 갈아입고 와요.” 서강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괜찮아. 바로 옆 객실에서 갈아입을게.” 허기태는 그를 흘끗 보며 중얼거렸다. “근데 형 술 세긴 엄청 세네요. 세 병을 다 비웠는데 멀쩡한 걸 보니...” 서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뭐 그럭저럭 봐줄 만한 실력이지.” 허기태가 나가자, 서강호는 갑자기 송연아 어깨에 기댔다. “연아 씨, 저 조금 취한 것 같아요.” 송연아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취한 사람이 이렇게 멀쩡해요?” 그녀가 고개를 숙여 그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고마워요.” “뭐가요?” “저를 지켜줘서요.” 서강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 말 하지 마세요. 그건 남자가 해야 할 당연한 일이에요.” 송연아는 얼굴이 살짝 달아올라 그를 밀며 말했다. “얼른 바지부터 갈아입으세요. 저는 현아를 바래다주고 올게요.” 바 앞쪽에서 육현아는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송연아가 다가가 그녀를 가볍게 흔들었다. “현아야, 일어나. 이제 집에 가야지.” 육현아는 하품하며 눈을 비비더니 물었다. “너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요리사님을 도와드렸어. 잠깐 주방일 좀 돕느라...” “진짜? 넌 너무 착해. 내가 대리기사 불렀으니까 같이 타고 가자.” 송연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 난 따로 갈게. 같이 갈 사람이 있어.” “그래? 임지헌 씨랑 같이 간다는 거지? 그런 거면 걱정하지 않을게.” 육현아는 더 묻지 않고 느긋하게 대답했다. 송연아는 육현아를 바깥까지 배웅하고 그녀가 대리운전 차량에 올라타는 것을 확인한 뒤 다시 객실로 향했다. 문을 열려던 순간, 문이 먼저 열리더니 서강호가 그녀를 안으로 끌어들였다. “우리 이제 집에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