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장

차라리 안 보는 게 나았다. 보니 짜증이 난다. 시선을 돌리려는데 강지훈이 문득 뒤를 돌아봤다. 그의 시선은 창유리를 가로질러 나에게 향했다. 순간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시선을 돌려 진형우를 쳐다보았다. 그도 마침 주문을 마치고 나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나는 고개를 숙여 주문리스트를 보았다. 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하지만 그는 나에 대해 잘 모른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안다고? 아니면 입맛이 나와 같은 것일까? 고개를 들어 그에게 묻고 싶었지만 결국 묻지 않았다. 어떤 것은 당신이 신경 쓰고 있다는 증거이다. 나는 진형우에게 그런 느낌을 줄 수 없다. 나는 한마디 더 물었다. “술 마실래요?” “술 안 마셔요.” 그는 바로 거절했다. “그리고 오후에 또 일이 있잖아요.” 참, 집도 봐야 한다. 이것 때문에 술을 안 마시는 줄 알았다. “괜찮아요. 오후에 내가 같이 집 봐줄 테니 사기꾼을 만날 일은 없어요.” “아니요. 나는 이미...” 그는 말을 하다가 멈췄다. 그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듣기 위해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검은 눈동자도 피하지 않고 나를 바라봤다. “내가 알아서 볼게요. 많이 보고 싶어요.” 나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마침 잘 되었다. 나도 같이 있고 싶지 않았다. 힘든 것도 있지만 만약 셋집에 문제가 생긴다면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 술을 마시지 않으니 나는 음료수를 두 잔 주문했다. 이때 눈앞의 빛이 어두워졌다. 이어서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공사 기간이잖아. 왜 여기 앉아서 밥을 먹고 있는 거야?” 강지훈 이 개자식이 결국에는 들어왔다. 주수연 그년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의 이 말에 정말 따귀를 날리고 싶었다. 일하면 밥도 먹어서는 안 된다는 말인가? 고개를 들어 대답하려 할 때 진형우가 대신 말했다. “오늘 쉬는 날이에요.” 강지훈은 그를 차갑게 쳐다봤다. “누가 쉬는 걸 허락했어요?” “내가 요구한 거예요.” 진형우는 여전히 나를 핑곗거리로 대지 않았다. 강지훈의 얼굴에는 냉기가 더욱 짙어졌다. “진형우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