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4장

난 내가 성추행 때문에 경찰서에 오게 될 줄, 꿈에도 생각 못 했다. 나랑 부딪친 소년은 겨우 17살인 미성년자였다. 그는 아주 단호하게 내가 자기를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내가 아무리 부정해도, 소년은 내가 그를 만졌다고 하고 있다. “어딜 만졌죠?” 경찰이 아주 자세하게 물었다. 소년의 이름은 주민기. 그는 나를 보며 자기의 가슴과 허리를 가리켰다. “여기, 여기, 다 만졌어요.” 만지기는 개뿔! 난 하마터면 욕할 뻔했다. 강지훈 같은 미남도 만지지 않았는데, 이런 새파란 아이가 뭘 만질 게 있다고. 경찰이 날 쳐다보자, 그가 물어보기도 전에 내가 먼저 부정했다. “저 안 만졌어요. 그냥 실수로 부딪친 거예요.” “술 마셨어요?” 경찰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았다. 이 세상이 그렇다. 남자는 매일 클럽에 빠져 있어도 정상이고, 여자는 술 조금 마셨다고 바르지 못한 사람이라고 오해받는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얼마 마셨는데요?” 이 질문과 이 사건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난 솔직하게 대답했다. “맥주 한 병이요.” 경찰이 못 믿겠다는 표정을 드러내자, 순간 내 말이 진짜라고 증명해 줄 수 있는 사람, 내 친구 유세정이 생각났다. 하지만 내가 이 소년이랑 얽혀 있을 때, 병원에 긴급 환자가 있어서 유세정이 불려 갔다. 경찰의 뜻을 이해한 나는 재차 설명했다. “저 안 취했어요. 술김에 무슨 짓을 할 생각도 아니었고요.” 경찰은 내 말을 기록하며 또 주민기를 쳐다보았다. “그쪽 만졌다는 거 확실해요? 거짓말하거나 모함한다면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거예요.” “당연하죠.” 주민기는 여전히 고집스럽게 말했다. 나는 너무 화가 나서 그를 때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움직이기도 전에, 주민기의 두 눈이 반짝했다. “누나, 왔어?” 미성년자니까 가족을 부르는 게 당연했다. 난 고개를 돌리고 그의 가족에게 설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들어온 사람을 보고 얼어버렸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들어왔는데, 여자는 긴 생머리에 흰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 누군가의 첫사랑일 것 같은 여자였다. 여자의 이름은 주수연, 난 이 여자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주수연 옆에 서 있는 남자는 다름 아닌 강지훈이었다. “민기야, 어떻게 된 거야?” 주수연은 다급한 표정으로 소년에게 물었다. 주민기는 대답하지 않고 강지훈을 가리켰다. “누나, 새 매형이야?” 강지훈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그리고 날 쳐다보던 놀라운 눈빛이 차가워졌다. “한나은, 어떻게 된 거야?” “매형, 이 여자랑 아는 사이에요? 이 여자 변태에요. 내 몸을 막 만졌다니까요.” 주민이기는 허튼소리를 하면서 연기하기 시작했다. 설명할 기분이 사라진 나는 강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헤어진 지 겨우 몇 시간 지났다고, 벌써 남의 매형이 된 거야? 날 버리고 급하게 간 답이 여기 있었네. 강지훈 옆에 있던 주수연이 나를 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나은 씨, 전 주수연이라고 해요. 민기 누나예요.” 주수연이 날 알고 있어서 살짝 의외였다. 하긴, 내가 강지훈을 그렇게 붙어 다녔는데, 강지훈과 아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내 존재를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랑 주수연은 초면이었다. 그녀의 남편이 얼마 전에 차 사고로 죽은 건 알고 있었다. 주수연의 남편과 사이좋은 친구로서 강지훈은 그때 3박 3일이나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목구멍이 약간 씁쓸했다. “부주의로 그쪽 동생이랑 부딪친 거예요. 전 아무 짓도 안 했어요.” 주수연은 미안한 미소를 지었다. “알아요. 민기 평소에도 말썽이 많거든요.” 말을 마친 주수연은 주민기 머리를 몇 번 때렸다. 그리고 경찰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도 CCTV 영상을 확인한 후, 내가 거짓말 안 했다는 걸 증명해 주었다. “아는 사이라면 그냥 협상하세요. 아니면 이 자식, 허위 신고로 잡을 겁니다.” 경찰이 말했다. 그러자 주수연이 강지훈을 한번 끌어당겼다. 아주 작은 행동이지만, 두 사람 사이가 너무 친근해 보였다. 강지훈의 신분 때문에 늘 남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느낌을 주었다. 보통 사이라면 그의 몸에 손대는 건 불가능했다. 더구나 강지훈도 남이 다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주수연 행동을 거부하지 않은 걸 보니, 처음이 아닌 모양이었다. 난 더 이상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내가 입을 열려는 순간, 강지훈이 나 대신 먼저 입을 열었다. “다 오해예요. 없던 일로 하죠.” 말을 마친 강지훈은 내 팔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