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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장

나는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제안이네. 고민해 봐야겠어.” “진지하게 고민해.” 유세정은 멈칫하다 말을 이었다. “나은아, 한 사람을 잊으려면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새로운 감정에 몰입하는 거야.” “네, 유 박사님. 알겠어요.” 통화를 마친 나는 침대에 누워 멍을 때렸다. 그러다 밖에서 진형우의 발걸음으로 돼 보이는 묵직한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수도꼭지 소리에 이어 집주인 어르신의 잔소리가 이어졌다. “왜 혼자야? 나은이는?” 진형우는 동문서답을 하고 있었다. “고수는 넣지 마세요.” 그 말에 나는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고 한참이 흘러 눈물이 흘러내렸다. 지난 몇 년 동안 강씨 가문에서 고수를 먹었는데 사실 부모님하고 있을 때는 단 한 번도 먹은 적이 없었다. 시골에 가면 그 시골의 풍속에 따르라는 말들이 있다는 걸 알지만 강지훈하고 정해진 약혼녀 신분에다 미연 이모가 수양딸이라고 칭하긴 했어도 진정으로 강씨 가문의 가족이 아니라는 걸 잘 안다. 그러니 사소한 일에서부터 시작해 남들이 귀한 몸이라고 느끼지 않게끔 스스로의 진실된 마음을 꾹꾹 억누른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냄새를 받아들이기 힘든 고수마저 꾸역꾸역 입에 넣었었으니 말이다. 한참이 흘러 집주인 어르신이 밥이 다 됐다고 했을 때 나는 여전히 꿈나라에 있었다. 그것도 진형우하고 결혼하는 꿈이었는데 서명을 하려던 찰나 깬 것이다. “형우하고는 얘기가 잘 안된 거야?” 어르신이 밥상에서 물었다. 깨진 꿈을 떠올린 나는 코웃음을 쳤다. “혼인신고를 하려던 참이었는데.... 어르신이 부르는 바람에 물 건너갔어요.” “뭐라고?” 어르신은 알아듣지 못했다. “둘이 혼인신고를 한다고? 벌써? 더 사귀어보지 그래?” 나는 말문이 막혔다. “나은이 너 보는 눈이 있네. 진형우 같은 남자를 어디 가서 못 찾아. 놓치면 후회할 거라니까. 내가 나이가 많이 들어서 그렇지 50살만 더 젊었어도 꽉 잡았을걸.” 풉... 어르신의 말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얘는! 진짜야! 네가 들이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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