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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장

나는 평생 남자 둘이나 청혼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더군다나 10년을 열애해 온 남자는 나 몰래 다른 여자와 놀아났었다. 잠시 충격을 받은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답을 했다. “진 기사님, 너무 당황스런 질문 같은데요?” 그 말은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솔직히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 누가 낯선 사람한테 혼인신고를 하자고 하겠는가? 이러한 광경들이 소설 속이라면 이해가 갈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소실이 아니라 현실이다. 나는 눈살을 찌푸리고 비아냥거렸다. “진 기사님은 소개팅 상대들 모두에게 이렇게 직설적인 건가요?” 석양이 우리에게로 비춰지고 있는 지금 진형우의 그림자는 마침 내 몸을 뒤덮고 있었다. “아니요. 그쪽이 처음이에요.” 나는 목이 간질거렸다. “우리는... 그리 친한 사이가 아닌 것 같은데요.” 진형우는 입을 다물었고 그렇게 한참을 마주 보고 서 있으며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자 온몸에 열이 나고 코끝에 땀이 맺히기 시작한 나는 뒤에 있는 벽을 후벼가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진형우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 “물고기 사러 가볼게요.” “저는 고수 안 먹어요.” 왜 불쑥 그 말을 꺼냈는지 나조차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진형우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나는 180센티미터가 넘는 키에 허리나 몸이 구부러지지 않고 곧은 자세가 석양빛 아래에서 유난히 안정감을 발산하고 있었다. 이런 남자하고 결혼해도 괜찮을 것만 같은 대담한 생각이 뇌를 스쳤다. 게다가 군인인지라 국가에서도 인정한 사람이라 하면 아마 생활 속의 고난도 잘 헤쳐 나갈 것이다. 마당으로 돌아오자 집주인 어르신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안 그러면 나를 붙잡고 이것저것 물어보며 진형우가 얼마나 좋은 남자인지를 세뇌시켜주려 했을 게 뻔하다. 나는 방에 들어갔고 침대에 놓여진 휴대폰이 진동하고 있었다. 유세정의 전화였다. “오늘 여행 첫날인데 어때? 뭐 즐거운 일이나 수확이 있어?” 유세정의 목소리에는 피곤함이 묻어 있었다. 의과 명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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