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장
유세정은 내가 뭔가 숨기고 있다는 걸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캐묻지 않았다.
“알았어. 소식 있으면 너한테 얘기할게. 참, 오늘 어디 갈 거야? 강씨 가문에 들어가기 싫으면 우리 집에 와.”
유세정은 오늘 야근해야 해서, 세정이 집에 가기 딱 좋았다.
솔직히 강씨 가문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나랑 강지훈은 지금 한방을 쓰고 있었다.
그렇다고 계속 세정이 집에 있는 것도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남자 친구가 없긴 하지만, 세정이도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알았어.”
난 거절하지 않았다. 집을 찾기 전에 호텔에서 자는 것보다, 유세정의 집에서 자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잠잘 곳이 생기긴 했지만, 난 바로 들어가지 않고 교외에 한 번 갔다.
여긴 이미 오래된 아파트지만, 거주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았다. 집값이 싸서 거의 월세를 내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내 집에 여기 있기 때문이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 우리 세 식구는 여기서 살았다. 그때 이 아파트는 이렇게 낡지 않았고 교통도 편리한 데다가, 아주 번화한 구역이었다.
하지만 10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과거의 시끌벅적한 모습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집이 다 임대해 나갔지만, 우리 집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심지어 내 부모님의 옷과 신발도 그대로였다.
그들이 생각날 때마다, 난 여기에 들리곤 했는데, 최근에 온 횟수가 줄어들긴 했다.
결국 부모님도 내 기억과 삶에서 점점 잊히고 있었다.
운전 30분에 겨우 도착했다. 차 안 서랍에서 열쇠를 들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열리자마자, 빈집의 먼지 냄새가 확 났다. 가구에도 먼지가 하향에 쌓여있었다. 오랫동안 비어있어서 그런지, 전기도 안 들어왔다.
다행히 핸드폰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전기세를 내자마자 전기가 들어왔다.
나는 불을 켜고 집안 곳곳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내 방 앞에 멈춰 섰다. 침대에 깔린 핑크색 시트를 보며 난 순간 결심을 했다.
어디도 갈 필요 없어. 여기서 살면 되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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