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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주수연의 표정이 눈에 띄게 안 좋아졌다. 원래 하얗던 얼굴이 더 창백해 보였다. 주스를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이 살짝 떨렸다. “미안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도 가여웠다. 마치 내가 하면 안 될 말을 해서 상처를 준 것처럼. 하지만 난 멈출 뜻이 없었다. 입을 열었으니, 시원하게 말하기로 했다.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우리한테 영향을 준 건 사실이에요. 일부러 그런 거 아니라면, 앞으로 주의하시면 돼요. 사과할 필요 없어요.” “만약 경준이가 있었으면, 저도 지훈이를 부탁하진 않았을 거예요.” 주수연은 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여자가 물로 만들어졌단 말이 주수연 몸에서 인증되었다. 그녀의 이 말은 상당히 기술 있었다. 그래서 나도 뭐라 말하기 어려웠다. “나은 씨.” 주수연은 눈물이 글썽한 두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제가 지훈이를 찾는 건, 경준이가 지훈한테 부탁했고, 지훈이도 그걸 동의해서 그런 거예요.” 그녀는 손가락으로 컵을 문지르며 계속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저도 지훈이를 찾지 않았겠죠.” 주수연은 지금 변명하면서 날 엿먹이고 있었다. 다들 성인인데, 자기만의 꿍꿍이가 있는 것도 당연했다. “형수님, 지훈이가 형수님을 챙겨주겠다고 약속하긴 했지만, 그래도 정도껏 해야죠. 아무래도 형수님 지금 혼자잖아요. 형수님이랑 지훈이가 매일 같이 있는 걸 보면 다른 사람이 오해할 거예요.” 여기까지 말한 나는 잠시 멈추었다. “형수님, 다른 사람이 지훈이를 어떻게 말하든 상관없지만, 형수님은 여자잖아요. 앞으로 태어날 아이까지 그런 소문을 듣게 하면 얼마나 안 좋아요. 안 그래요?” 주수연이 순직한 척하고 있으니, 나도 착한 척하기로 했다. 그러자 주수연의 안색이 더 안 좋아졌다. “나은 씨, 결국엔 지훈이가 절 챙기는 게 신경 쓰인다는 거잖아요. 지훈이를 못 믿는 건가요, 아니면 자신이 없는 건가요?” 그녀의 질문은 상당히 날카로웠다. 늘 순진하던 그녀의 이미지와 너무나도 달랐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드디어 본 모습이 드러났네. 하지만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주수연은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나은 씨, 제가 미안해요. 불편하게 해서. 절 욕하고 때려도 상관없지만, 제 아이는 뭐라고 하지 마세요.” “네?” 내가 언제 아이를 욕했는데? 주수연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배를 잡고 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강지훈이 성큼성큼 걸어와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오늘 벌써 세 번째였다. 그는 화가 난 검은 눈동자로 나를 보며 호통을 쳤다. “한나은, 뭐 하는 거야?” 그리고 난 이제서야 깨달았다. 주수연이 왜 갑자기 아이 얘길 거냈는지. 드라마에서도 이젠 쓰지 않는 이런 하찮은 수단, 용케도 잘 써먹는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뭘 했냐고?” 강지훈의 차가운 시선에 내 마음도 식어버렸다. 사실의 자초지종을 묻기도 전에, 나한테 먼저 따기고 있었다. 우리의 10년이 주수연의 수작보다 못하다는 건가? “지훈아, 싸우지 마.” 주수연은 그를 끌어당겼다. “내 잘못이야. 자꾸 널 부탁해서 너희 둘의 시간을 차지했어. 내 잘못이야.” 그녀의 자책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거랑 다름없었다. “지훈아, 미안해. 내가 방해해서.” 주수연은 강지훈의 손을 부리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주수연!” 강지훈은 소리를 지르며 쫓아가려고 했다. “강지훈.” 내가 입을 열었다. “내 옷이 더러워졌어.” 그는 내 말을 듣고 자기의 한쪽 손을 쳐다보았다. 그제야 내가 생리 온 게 생각난 모양이었다. 그리고 방금 사 온 생리대를 테이블에 올려놓더니, 코트를 벗었다. “나은아, 주수연 임신해서 감정 기복이 심해. 무슨 일 있으면 안 된다고.” 그는 이 말과 함께 코트를 나에게 던졌다. 그리고 밖으로 쫓아 나가려 했다. “강지훈, 만약 주수연은 찾으러 간다면, 우리 끝이야.” 내 말에 강지훈은 순간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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