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장

내가 이 말을 내뱉자 강시후의 얼굴에 잠시 불안함이 스쳤다. 박시아가 진실을 알까 두려웠는지 그는 그녀의 팔을 잡아끌며 말했다. “만약 이현태가 정말 살아 있다면 가장 먼저 대표님을 찾았겠죠. 이도준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 가요.” 하지만 박시아는 그 자리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조금 전의 당돌함을 내려놓고 거의 간청하는 태도로 말했다. “이도준, 현태의 행방만 알려주면 예전 일은 다 묻어줄게.” 이현태가 그녀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를 위해 박시아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나에게 도움을 요청할 정도였다. 나는 재미있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박시아, 내가 늘 궁금했던 게 하나 있어. 만약 이현태가 정말 돌아온다면 강시후는 어떻게 할 거야?” 그녀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고개를 숙이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강시후는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이도준의 말에 휘둘리지 마세요. 저 자식은 우리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것뿐이니까요!” 내 얼굴에 떠오른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고 강시후의 눈에는 절망과 불안이 스며들었다. “도준아!” 그때 김아진이 사무실에서 급히 뛰어나왔다. 앞에 서 있는 박시아와 강시후를 발견한 그녀는 저도 모르게 내 손을 잡으며 내 앞에 섰다. “박시아, 여기는 웬일이야?” 박시아는 잠시 나를 찡그리며 바라보다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별일 아니야. 그냥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나는 김아진이 이 일에 말려들지 않도록 주제를 바꿨다. “아진이 너는 왜 나왔어?” 그러자 그녀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점심시간이잖아. 회사 밑에 새로 생긴 식당이 있어서 너랑 가서 맛 좀 보려고 했지.” “게다가 요즘 이현태 팬들 때문에 네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아서... 맛있는 음식으로 기분 좀 풀어주려고.” 더 이상 박시아와 엮이고 싶지 않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김아진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박시아 옆을 지나치며 나는 그녀의 귀에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실을 알고 싶으면 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