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16장

나는 반격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말했다. “내 잘못 아니야. 난 한 푼도 줄 수 없어.” 박시아는 냉소를 띠며 말했다. “사람을 때렸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무책임한 인간이라면 다시 감옥에나 가야 하지 않겠어?” “강시후는? 강시후도 나한테 손을 댔는데?” 나의 질문에 박시아는 가볍게 흘겨보며 말했다. “시후는 너랑 달라. 이게 어디서 비교질이야? 시후는 분명히 정당방위였어.” 그녀의 말을 들은 나는 마치 찬물을 뒤집어쓴 듯 서늘함이 온몸을 감쌌다. 주변 사람들은 구경꾼처럼 나를 쳐다봤다. 아무도 진실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그저 내가 얼마나 더 비참해 지는지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네가 치료비를 배상하면 없던 일로 해줄 수 있어.” 강시후가 관대한 척 말했다. “싫어.” 치료비를 배상하면 내가 저지르지도 않은 죄를 인정하는 셈이다. “시후는 너를 배려하고 있어. 근데 넌 그것도 몰라주네.” 박시아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네 어머니를 죽이고 싶지 않다면 당장 배상해.” 어머니를 떠올리자 나는 목이 메었다. 이쯤에서 굴복할까도 생각했지만, 마음이 따라주지 않았다. “배상? 그럼 병원에 가서 정확하게 확인하자. 만약 강시후의 상처가 나보다 더 심하다면 보상할게. 반대 경우에는 내가 사과받아야겠어.” 박시아는 내 말이 어리석다고 생각한 듯 피식 비웃었다. “의사가 아닌 내가 봐도 알겠는데, 너 참 뻔뻔하다.” 우리는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마침 관제실을 지나쳤다. 그래서 나는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누가 먼저 손을 댔는지 CCTV로 확인해 보자.” 박시아가 솔깃한 듯 멈춰 섰다. 그러자 강시후는 재빨리 제지하며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는 상처 확인하러 온 거잖아요. 다른 길로 새면 안 돼요.” 박시아도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말했다 “시간 끌려고 하지 마!” 나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들어주지 않을 테니까. 박시아는 이미 나를 믿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CCTV를 본다고 해도 다른 핑계를 대며 나에게 죄를 덮어씌울 게 분명했다. 굳이 자존심을 상하게 할 필요는 없었다. 검사를 마치고, 박시아는 미간을 찌푸린 채 검사 결과를 바라봤다. 결과는 내가 예상한 대로였다. 내가 더 심하게 다쳤다. “이제 사과할 수 있겠어?” 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진단 결과가 명백하게 적혀 있어서 강시후의 변명은 무의미해졌다. 강시후는 얼굴이 창백해졌고, 마치 도움을 요청하듯 박시아를 바라보았다. “대표님, 제가 좀 과하게 반격한 것 같아요. 하지만 살인범한테 사과하고 싶지는 않아요.” 박시아는 순간 망설이는 듯했지만, 곧 가방에서 현금을 꺼내 내 발치에 던졌다. “시후는 정당방위야. 네 상처가 아무리 심하다고 해도 자업자득이지. 이 돈이면 치료비로 충분할 거야.” 말을 마친 박시아는 강시후와 함께 떠났다. 그녀는 약속했던 사과를 무시하고 강시후만 일방적으로 옹호했다. 강시후는 나를 힐끔 쳐다보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 “너는 절대 나를 이길 수 없어.” 나는 그의 조롱을 마주하며 가만히 서 있었다. 발치에 흩어진 돈은 나를 한없이 초라하게 만들었다. 그 돈은 내가 이 감정싸움에서 최하위에 있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10년 넘게 지켜온 사랑이 결국 물거품이 되었다는 사실은 아주 비참하게 느껴졌다. 나는 말없이 어머니의 병실로 돌아가 그녀가 잠들 때까지 돌본 후, 한쪽에 앉아 코드를 짜기 시작했다. 지금 겪고 있는 모든 모욕은 내가 약하기 때문에 겪게 된 것이었다. 나는 반드시 돈을 벌고 강해져서 다시는 이런 처지에 놓이지 않을 것이다.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