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장
정은지는 매니저의 말을 듣고 마음 깊숙이 한 줄기 가시가 박힌 듯한 아픔을 느꼈다. 그러고는 여준수가 자신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
‘괜찮아. 이 정도는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일 뿐이야.'
이렇게 그녀는 스스로를 위로하며 굳이 더 들어가겠다고 고집부리지 않았다. 대신 클럽 옆의 전봇대 옆에 기대어 쭈그리고 앉았다.
‘괜찮아. 준수 씨가 나를 보지 않으려고 해도 나는 여기서 기다리면 돼. 어차피 언젠가 이곳에서 나올 거니까.'
정은지는 무작정 기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몇 시간이 흘러버렸다.
고승준은 한참 놀다가 정은지의 존재를 완전히 잊어버렸고 여준수는 조용히 구석에 앉아 술을 마시며 그들의 소란을 무표정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시간은 어느새 밤 2시가 되었다.
정은지는 밖에서 서 있다가, 쭈그리고 앉았다가, 다시 일어서는 것을 반복하느라 다리가 저려서 마지막에는 전봇대에 기대어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클럽에서 간간이 술에 취한 사람들이 나왔지만 그녀가 찾는 사람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거리도 점점 한산해졌다.
가로등도 하나둘씩 꺼져가고 24시간 편의점과 KFC를 제외한 대부분의 가게는 문을 닫았다.
쌀쌀한 밤바람이 뼛속까지 파고들어 추위가 느껴졌다.
그 순간, 정은지는 극심한 상실감을 느꼈다.
매니저는 다시 나왔을 때 정은지가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 한숨을 쉬며 애써 못 본 척하고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클럽 안에서 갑자기 많은 사람이 나왔다.
젊은 남녀들이 대부분이었고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처럼 얼굴에 홍조를 띄며 웃고 있었다.
정은지는 계속해서 여준수를 찾기 위해 사람들 사이를 살펴보았지만 찾은 것은 여준수가 아니라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고하준이었다.
고하준을 본 순간 정은지의 얼굴은 어두워졌고 마음속으로는 거부감이 들었다.
‘정말 재수 없네, 또 고하준 이 멍청이를 만나다니.'
하지만 고하준의 시선이 정은지에게 다가왔고 결국 그녀를 발견했다.
“은지 씨!”
곧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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