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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장

그 생각에 정은지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무력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여준수가 그녀를 믿지 않는 것은 모두 그녀의 자업자득이었다. 그래서 정은지는 살짝 실망한 채로 자리를 옮겨 여준수와 거리를 두며 말했다. “미안해. 아까는 그냥 준수 씨 표정이 풀리길 바라서 얼굴을 만지려 했던 거야.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괜한 짓을 했네.” 정은지는 어느샌가 어색하고 예의 바르게 변했다. “남자에게 달라붙으려는 게 아니라 우린 부부라서 굳이 그렇게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 준수 씨가 싫다면 더 이상 만지지 않을게. 미안해.” 마지막 한마디를 할 때 정은지는 코끝이 찡해지며 살짝 울컥한 듯 코를 훌쩍였다. 그녀가 말을 마친 후 차 안의 공기는 한 층 더 무거워졌다. 정은지는 더는 말을 하지 않았고 여준수의 얼굴은 여전히 어두웠다. 백미러로 이 모든 걸 본 서달수는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사모님 연기가 대단하네. 이렇게 실감 나는 연기를 한다고? 배우를 해도 되겠어.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학교 앞에서 다른 남자와 손을 잡으며 헤어지기 싫은 것처럼 아쉬워하더니 이제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순진한 척하네. 대표님을 배신하고도 자기가 무슨 억울한 일을 당한 것처럼 굴고 있어. 이 두 가지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꿔는 기술을 어떻게 배운 거야? 쯧쯧. 여자는 정말 변덕스러워.’ 서달수는 속으로 감탄했다. 그 후 차 안은 계속해서 기묘한 침묵이 이어졌다. 정은지가 더 이상 떠들지 않자 서달수는 오히려 어색함을 느꼈다. 이 어색함은 차가 목적지인 여씨 가문의 대저택에 도착할 때까지 약 10분 정도 지속되었다. 유명한 재벌 가문인 여씨 가문의 대저택은 스카이 별장과 다른 인테리어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다. 스카이 별장은 약간 유럽풍으로 건물 디자인부터 내부 전체 벽 색깔, 그리고 샹들리에 하나까지도 유럽식 감성으로 가득 차 있어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인테리어 스타일이다. 반면, 여씨 가문 대저택은 장엄하면서도 고풍스러운 호화 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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