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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장

한아진이 떠난 후 정은지는 학교에 남아 두 과목의 수업을 더 들었다. 학점을 채워야 했기 때문에 두 수업을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임했는데 그 모습을 본 교수는 내심 감탄했다. ‘정은지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나 보군.’ ... 수업이 끝난 후 정은지는 책을 정리하고는 회사에 있는 여준수를 만나러 갈 생각이었다. 그와 함께 저녁을 먹고 같이 집에 돌아갈 생각만으로도 그녀는 설렘을 느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일상도 특별하게 만든다고 하더니 사실이었네.’ 정은지가 신이 난 채로 학교 문을 막 나섰는데 누군가가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은지 씨, 어디 가요?” 그 사람은 고하준이었다. 고하준은 오늘 검은색 명품 외투를 입고 있었다. 온몸에 고급스러움이 묻어나 역시 부잣집 도련님답게 깔끔하고 세련되어 보였다. 다른 여자라면 고하준을 보고 설렐 법했지만 정은지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반감이 생겨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은지 씨, 이게 대화하자는 사람 말투 맞아요?” 고하준은 정은지의 냉담한 태도에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그럼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하준 씨가 갑자기 나타나서 깜짝 놀랐는데도 아무 말도 안 했잖아요.” 정은지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뭐라고요?” 고하준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한숨을 푹 쉬었다. ‘됐어. 이 미친 여자와 싸울 게 뭐가 있어?’ 그러고는 명령조로 정은지에게 말했다. “은지 씨, 오늘 저녁 나랑 같이 밥 먹어요.” 그러나 정은지는 피식 웃으며 거절했다. “시간 없어요.” 말을 마치자마자 정은지는 고하준을 지나쳐 곧장 앞으로 걸어갔다. 그 행동에 고하준은 불쾌함을 느꼈다. ‘이 여자 도대체 뭐지? 예전에는 항상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나에게 붙어있으려고 했잖아. 지금은 내가 직접 찾아왔는데도 왜 이렇게 차갑게 구는 거야?’ 그 생각에 고하준은 돌아서면서 정은지의 팔을 확 잡아 그녀를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겼다. “은지 씨, 도대체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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