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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장

회사에서 나온 정은지는 어느 정도 거리에서 택시를 잡아 스카이 별장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 꼈고 공기도 습해져 다소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정은지는 길가로 나와 택시를 기다리며 생각에 잠겼다. ‘비가 내릴 것 간데. 프레시워의 날씨는 어떠려나... 준수 씨는 그곳에서 적응했으려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번개가 번쩍 내리쳤다. 정은지는 화들짝 놀랐다. 이내 비가 세차게 내렸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떨어지는 빗줄기에 정은지는 바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비를 피할 곳 없나 찾아보았지만, 주위엔 뻥 뚫린 도로뿐이었다. 더 비참했던 것은 도로 위를 달리는 차도 없었다. 정은지는 하는 수 없이 비를 맞으며 택시를 기다렸다. 10여 분쯤 지났을까, 택시 한 대가 그녀의 앞에 멈춰 섰다. 차 문을 연 뒤 정은지는 바로 택시에 올라탔다. 차 안에는 에어컨을 틀고 있었던지라 비를 쫄딱 맞은 정은지는 추위에 몸을 덜덜 떨게 되었고 온몸엔 닭살이 오소소 돋았다. 이때, 택시 기사가 백미러로 쫄딱 젖은 그녀를 보곤 얼른 봉투 하나를 건넸다. “이걸 깔고 앉아요. 괜히 내 시트 젖히지 말고요.” 정은지는 봉투를 받으며 택시 기사 말대로 깔고 앉았다. 집으로 돌아왔을 땐 하늘은 이미 어두워졌다. 그러나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정은지는 물에 빠진 병아리의 모습이 되었다. 옷은 빗물에 젖어 온몸에 들러붙었다. 이은실은 그녀를 본 뒤 급하게 마른 수건을 가지고 오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사모님, 왜 비를 쫄딱 맞고 오셨어요?” 정은지는 추위에 몸을 덜덜 떨며 자신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은실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가슴이 아파 말했다. “마침 저녁을 만들어 두었으니 사모님께선 얼른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내려오세요.” 고개를 끄덕인 뒤 정은지는 방으로 올라갔다. 방으로 돌아와 먼저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갔다. 그러니 추위가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욕조에서 나왔을 땐 저도 모르게 기침을 하게 되었다. 이은실은 그녀를 부르면서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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