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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장

정은지가 들어오자 박정후는 저도 모르게 다가가며 걱정 가득한 눈길로 보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해, 난 널 믿고 있으니까.” 그의 다정한 응원에 정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정후 오빠. 제가 해낼 수 있어요.” 두 사람의 모습을 본 소여희는 순간 화가 치밀었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정은지 씨, 시간이 되었으니까 얼른 앉아서 논문을 쓰세요!” 정은지는 책상으로 다가가 앉았다. 오후 내내 정은지는 혼자 커다란 강의실에 앉아 열심히 논문을 써 내려갔다. 여느 때보다 열심인 그녀의 모습에 박정후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의 미소를 발견한 소여희는 심사가 뒤틀려 일부러 헛기침을 크게 했다. “정은지 씨, 집중하세요!” 정은지는 어처구니가 없어 눈을 뒤집어 깐 뒤 다시 논문에 집중했다. ... 저녁. 하늘엔 노을이 지고 있었고 소여희는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가차 없이 그녀의 논문을 가져갔다. 틀리게 쓴 것이 없나 검사하면서 훑어보고 있었지만 소여희가 확 가져가니 꼭 빼앗긴 기분이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그런 소여희를 신경 쓰지 않았다. 이번 논문은 그녀가 심혈을 기울여 쓴 것이었다. 쓰는 도중에 여러 번 진지하게 생각하며 쓴 것이었기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그제야 마음이 놓인 듯 한숨을 내쉬었다. 홀가분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소여희는 바로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녀를 째려보았다. “성적 나오기도 전인데 안심하지 마세요. 정은지 씨 실력으로는 절대 좋은 논문을 써 낼 수 없을 테니까.” 말을 마친 뒤 소여희는 그녀의 논문을 문서 파일에 넣었다. “내일이면 정은지 씨 논문 성적은 학교 공고란에 붙을 거예요. 그렇게 되면 모든 사람들이 정은지 씨 성적을 보게 되겠죠. 그러니 날 실망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거예요.” 정은지는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그녀는 열심히 썼기 때문이다. 이때 박정후가 그녀에게 다가가며 나직하게 물었다. “드디어 다 썼네. 지금 기분은 어때?” 정은지는 웃으며 솔직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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